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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홍위병식 文 지지, 정권에 짐으로 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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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이틀간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에 주력한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 내내 문자폭탄에 시달렸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욕설과 협박으로 가득 찬 수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자유한국당 의원 여러 명도 각각 1000통 안팎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청문위원장이 24일 첫날 청문회 도중 자제를 호소했음에도 다음 날까지 문자폭탄은 그치지 않았다.

문자폭탄을 정보화 시대의 직접민주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 내용의 대부분이 욕설이나 협박인 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부르는 것은 강변이다. 오히려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문자폭탄은 의원들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위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문자폭탄은 개인정보인 휴대전화 번호를 누군가 외부로 빼내 메시지 발송을 조장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만으로도 모자랄 청문 시간에 일부 야당 의원이 문자폭탄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정상적인 청문회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문자폭탄을 보낸 사람들은 이 후보자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경쟁 후보에게 쏟아진 문자폭탄을 경선에 흥미를 불러일으킨 ‘양념’이라고 표현해 문자폭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조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어제 “청와대와 여당이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를 남 일 보듯 즐겨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원내정책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을 향해 “문자폭탄은 반(反)민주적 행태임을 밝히고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유념했으면 한다.

문 대통령이 4대강 재감사를 지시하자 감사원에는 4대강 감사를 빨리 하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전교조는 법외(法外) 노조 규정 철회를 요구하며 국정기획자문위를 대상으로 ‘팩스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문자폭탄이 전화폭탄, 팩스폭탄으로 번져가는 느낌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나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다수의 힘으로 상대를 겁박하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 집권 초 대통령의 지지가 높은 상황이어서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지만 그런 홍위병 행태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결국엔 정권에 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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