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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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을 시인한 가운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국회 검증대를 통과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1호 공직인사'이자 문재인정부의 내각을 통할할 책임자라는 점에서 이번 청문회는 향후 문재인정부의 순항 여부를 가늠할 첫 시험대로 여겨진다.
24일과 25일 이틀간 열린 청문회에서는 청문회 단골 소재인 고성이나 파행, 설전은 보이지 않은채 차분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과거 위장전입에 관련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위장전입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밝힌 '고위공직자 배제 5대원칙'에 위배되는 사안이란 점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어제 국무총리 후보자가 말씀하셨듯이 저희쪽은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그 부분은 저희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인사 원칙과 배치되는 점들이 드러난 데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여당이 인준을 강하게 요구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첫 단추부터 깨지는 상황이 온다. 인준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이어지는 내각 구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새 정부의 국정 초반 동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후보자는 2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배우자께서 1989년 3월부터 12월까지 강남구 논현동에 실제 거주한 것이 맞냐'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며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했다. 이 후보자는 앞서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부인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논현동에 머물렀다고 해명했지만 이날은 "그렇게 추정했다는 것이고 나중에 기억을 살려냈다"고 설명했다. 25일에도 위장전입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이 후보자는 "몹시 처참하다"는 심정을 거듭 밝혔다.
위장전입 외에도 이 후보자의 부인 그림 (代作) 의혹과 작품 추가 강매 의혹, 2014년 전남도지사 선거 당시 불법 당비대납 의혹과 입법 로비 의혹 등 새로운 의혹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돼 일부 흠결이 드러난 상태다. 이 후보자는 부인 그림판매 건수와 관련 "아내 본인도 기억 되찾아내는 데 며칠이 걸렸다.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며 당비대납 건에 대해서도 "부끄럽게 생각한다. 충분히 챙기지 못한 불찰이 크다"고 말했다. 입법로비에 대해선 어두운 표정으로 "제 인성이 굉장히 깡그리 짓밟히는 것 같은 참담한 느낌이 든다"면서 "제가 국회의원 하면서 무슨 장사를 했겠냐"고 했다.
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이 이 후보자를 공격한 야당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날린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 후보자 인사청문위원들에 대한 문자폭탄을 연일 비난하고 나섰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현재 내부적으로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배제 기준으로 삼은 '5대 비리' 중 이 후보자가 전날 부인의 위장전입을 시인했으며 아들의 병역 기피와 부인의 세금 탈루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26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결과보고서 채택 시 부적격 의견을 담자고 요구할 경우 여당과 갈등을 빚으면서 보고서 채택이 지연되는 등 인준안 처리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오는 29일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정리하기로 한 가운데 인준안을 반대 당론으로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기류는 다르다. 문재인정부의 출범 초기 국민적 기대감이 높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80%를 웃도는 국정 지지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자칫 '부적격' 판정을 해버리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역풍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국민의당의 경우 전남 영광 출신인 이 후보자를 향한 호남의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거센 공격을 했다간 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역풍이 불 수 있어 '적격'으로 판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위장전입은 투기나 교육 문제가 아닌 만큼 좀 판단을 달리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들 병역 문제는 다소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좀 봐야겠다"고 했다.
바른정당은 이 후보자의 사퇴나 지명이 철회하면 정부출범이 늦을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적격판단'에 협조하고 있다. 청문위원인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은 청문회 내내 이 후보자의 도덕성보다는 정책 검증에 주력하는 등 한국당의 강경 기류와는 구분된 모습을 보였다. 주호영 바른정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5일 이 후보자에 대해 "이 상태로 여당이 인준을 강하게 요구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첫 단추부터 깨지는 상황이 온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 의석수는 재적 299석 중 민주당 120석, 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등으로 한국당이 반대하더라도 다른 정당이 찬성하면 인준안이 통과될 수 있다. 여야는 26일 보고서가 무난히 채택되면 29일 본회의 때 인준안 표결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31일 본회의 처리로 합의한 상태다.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날카로운 정책공방을 벌였다. 저조한 출산율 문제에 대해 이 후보자는 "국내의 출산율을 보면 여성의 직업에 따라 출산율 차이가 많이 난다"며 "여성에게 안심감을 드리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과 교원인 여성들의 출산율이 높다. 아이들을 낳아도 직장을 잃을 염려가 없기 때문"이라며 "그 관점에서 여성 일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전남도지사 시절로 관할했던 전남 해남의 높은 출산율을 언급하면서 "농촌 사는 청년들은 부모들과 가까운 거리에 살아 아이들을 맡기기가 쉬워 도시청년보다 자식 갖는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부모들이 멀리 살고 계신 것도 있다"며 "그런 것까지 배려하는 종합적 정책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업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질문에 이 후보자는 "대우조선해양을 이런 식으로 되살리는 것이 옳으냐 등에 대한 의견에 대해 저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재검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남에도 조선업 생산 비중은 10%를 넘지 않지만 작년과 금년 사이 2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해 고용 위험이 크고 지역 경제에 타격을 입었다"며 "제대로 재검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방 재정 확충 방안으로 주세를 지방세로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담뱃세보다 훨씬 더 효과가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방교부세에 대해서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부세율을 (올려) 채우는 길밖에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지자체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지방 분권에 대해서는 "이대로 가서는 위대한 수도권마저 좋지 않은 상태가 될 것 같이 기형적 양상으로 가고 있다"며 "균형 발전은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고집스레 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는 대단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철학을 밝혔다. 다만 이 후보자는 "요즘 분권형 개헌을 많이들 말하는데 지방 계시는 분들한테 '분권이 꼭 균형발전은 아니고 오히려 역행할 수 있으니 양쪽 다 봐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의 협상력이 미국에 비해 형편없이 약하다"며 "재협상이 될 경우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협상 발언'이 "미국 내 현실에 불만을 가진 분들의 요구에 호응하기 위한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진위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 주도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농업과 같이 한국이 취약 분야가 큰 타격을 받는다"며 "지금부터 여러 상황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분야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외교부로 넘어가는 조직변경기이기 때문에 더욱 서둘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영일 구경민 백지수 이건희 권혜민 기자 baw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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