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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메르켈·오바마 브란덴부르크문서 '민주주의 합주'… 구름 관중(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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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고립 안돼…오바마케어 자부심, 몇몇 진보 위험" 트럼프 겨냥

메르켈 반대파, 총선 앞두고 '세계지도자 이미지' 각인 이벤트 의심도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수도 베를린을 찾았다. 대통령으로서 한 유럽 고별 방문 때 들른 뒤로 6개월여 만이다.

현직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고서 2년 단위로 열리는 독일 '교회의 날' 행사 기간에 맞춰 실행한 여정이었다. 그는 대통령을 그만두고서 독일을 찾겠다고 작년 11월 고별 방문 때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약속했고 이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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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 오바마 '브란덴부르크문 앞 토의'[AFP=연합뉴스]



25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분단과 통일의 상징이 된 브란덴부르크 문 앞 야외무대에서 그는 메르켈 총리와 나란히 앉은 채 민주주의 등 여러 주제를 두고 토의했다.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을 겸하는 성격의 행사였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두 사람은 오바마 집권 8년을 함께했지만 이런 형식의 자리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오바마가 전직이 됐기에 상대적으로 이렇게 편한 자리가 가능한 것이었지만, 그 자체로 양인의 신뢰와 우정을 보여주는 이례적 행사로 평가됐다.

브란덴부르크문 앞 대로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고, 수시로 박수가 따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현지 언론은 적어도 7만 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일부 매체는 앞서 최다 14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메르켈 총리와 오바마 전 대통령은 협탁 위에 놓인 물 정도만 중간중간 마시며 '참여하는 민주주의 세우기: 국내와 세계에서 책임지기'라는 제목을 붙인 토론행사에서 자기 생각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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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브란덴부르크문 '구름 관중' [AP=연합뉴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비록 지금은 대통령이 아니지만, 젊은이들의 도전을 돕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고자 한다"고 운을 뗀 뒤 최근 발생한 맨체스터 '테러 공격'을 비판하고 희생자들을 추도했다.

그는 인권 후퇴, 민주주의 억압, 개인 자유 제한 같은 풍조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우리는 고립되어서도, 장벽 뒤에 숨어서도 안 된다"라고 지적하며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또, 수십 년 동안 빈곤층이 늘었고 양극화는 심화했다면서 기회균등 보장과 격차 해소를 강조한 뒤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국민이 모두(100%) 의료보험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을 희망했지만 달성하지 못한 채 대상자를 2천만 명 추가하는 데 그쳤다"면서 "더 많이 했었으면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하고 "우리가 성취한 몇몇 진보가 위험에 빠져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또 겨냥했다.

난민 등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의 눈을 보자면 국경 밖 다른 한편에 있는 어린이도 내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사랑과 동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자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끔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곤 개방적 난민정책을 펼친 메르켈 총리에게 "독일 국내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상찬했다.

구서독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지만 1990년 통일되기 전까지 공산 동독에서 성장한 메르켈 총리는 "사람들은 아마도 수십 년간 그럴 일이 없을 거라 했지만 독일은 통일됐다"며 독일의 '성취'를 지적하고 "세계화한 경제의 이익이 고루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양인이 교계 남녀 대표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1부가 진행된 데 이어 미, 독 양국에서 각기 청년 2명씩이 가세한 가운데 2부가 낮 12시 30분께까지 지속했다. 직업이 교사, 배우, 사회복지사, 학생으로 서로 다른 청년 토론자들이 메르켈 총리와 오바마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번갈아 질문했다.

오바마는 앞서 2008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선거 캠페인을 벌이던 중 베를린 시내 티어가르텐 야외무대에서 정치연설을 했다.

그때 20만 인파 앞에서 오바마 후보는 1963년 동, 서독 분단 시절 서베를린 영역 내 브란덴부르크문 연설을 통해 "나는 베를린시민이다"라고 했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담대한 진보'를 들고나와 바람을 일으킨 당시 오바마 후보는 브란덴부르크문 앞 연설을 원했지만, 메르켈 총리가 마뜩잖게 여겨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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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 찍어야지' [AP=연합뉴스]



그러나 이후 대통령이 되고 나서 2013년 집권 2기를 맞은 오바마는 그해 6월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제한된 청중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자리에는 메르켈 총리도 함께했다.

독일 정치권 내 메르켈 반대파는 이날 행사가 9월 총선용 '이벤트'로 활용된다고 보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먼저 오바마 연설이 있었던 2013년 6월도 독일 총선을 수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행사를 마치고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했다. 메르켈은 그곳에선 오바마와는 상당 부문에서 크게 대비되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하루에 대조되는 두 지도자와 차례로 대면하는 메르켈에겐 균형감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전평도 나왔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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