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입국하는 정유라, ‘판도라의 상자’ 열까

박·최 ‘내밀한 관계’ 폭로 등

국정농단 실체 밝힐 가능성

법무부, 신병 인수 협의 착수

최순실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씨(21·사진)의 국내 송환이 다음달 하순 전에 이뤄지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재수사가 시작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정씨가 귀국 후 검찰에 출석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씨의 내밀한 관계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는 25일 정씨가 덴마크에서 한국 송환을 거부하는 소송을 포기함에 따라 신병 인수 협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지난 24일 오후 11시45분 덴마크 정부로부터 “정씨가 범죄인 인도 결정에 대한 이의를 철회했다”고 통보받았다.

정씨의 귀국이 주목되는 이유는 국정농단의 실체를 고백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씨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시종일관 박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최씨는 지난 23일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에서 공동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고 비호했다.

지난 1월16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정부에서 어떤 이권을 받은 적도 없고 대통령도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씨는 삼성의 독일 승마훈련 지원 등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개입 과정을 소상하게 밝힐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자신과 직결되는 최씨와 달리 정씨는 박 전 대통령을 보호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정씨는 지난 4월19일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난 당시에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씨 자신이 받고 있는 핵심 혐의는 ‘이화여대 학사 특혜’ 의혹이다. 관련 사건 피고인들이 연루된 1심 재판은 이미 마무리 수순이다. 더구나 특혜 과정을 최씨 등이 주도한 만큼 검찰 조사에 협조한다면 불구속 수사 등 선처를 받을 수도 있다.

정씨가 구금 144일 만에 돌연 귀국을 결심한 것은 타국에서 아들과도 격리된 채 수감생활을 하느라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덴마크 검찰의 송환 결정에 맞선 소송에서 이미 1심은 패소했고 항소심에서도 뒤집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서 발부된 정씨의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2023년 8월 말까지로 ‘시간 끌기’로 검찰 수사를 피할 수도 없다.

덴마크 현지법상 범죄인 인도 결정이 확정되면 그로부터 30일 안에 당사국이 범죄인의 신병을 인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늦어도 오는 6월23일쯤 정씨가 국내에 들어올 확률이 높다.

덴마크와 한국은 직항이 없기 때문에 제3국을 경유해야 한다. 정씨가 입국하면 이경재 변호사를 비롯해 최씨의 변호인단이 변호를 맡을 예정이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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