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여개 도시가 도입 추진 중인 ‘트램’ 타보니
지난 2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한국철도시설공단 시설장비사무소에 있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시험선에서 트램이 운행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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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서대전행 트램이 도착합니다.”
지난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한국철도시설공단 시설장비사무소.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무가선 트램’(노면전차) 시험선 승강장 단말기에서 차량 도착을 알리는 가상 음성 안내가 흘러나왔다. 5량의 객차가 연결된 빨간색 무가선 트램이 정류장에 도착하고, 시승객들이 속속 차량에 올랐다. 출입문과 승강장의 턱이 같은 높이로 설계돼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 승하차하기에도 불편이 없어 보였다. 내부는 지하철과 비슷하다. 승객들이 탑승하자 트램이 서서히 속도를 냈다. 설계 최고 시속은 70㎞. 운전석 계기판에 표시된 속도가 50㎞ 가까이 올라갔다. 진동이나 소음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송 시험선은 국내에서 트램을 직접 타볼 수 있는 유일한 시설이다. 전기선 없이 배터리로 운행하는 무가선 트램이 1.5㎞ 구간을 오간다. 트램은 아직 국내에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150여개 도시에서 운행되고 있는 대중교통수단이다. 최근 대전을 비롯해 부산·대구·인천 등 전국 10여개 도시가 도입을 추진하면서 국내에서도 트램 상용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37㎞ 구간을 순환형 트램 노선으로 건설하기로 한 대전시는 최근 정기적으로 이곳에서 시승 행사를 가지며 트램을 홍보하고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날은 대전여성단체협의회 회원 등 80여명이 오송 시험선을 찾아 트램을 시승했다. 이혜인씨(65)는 “직접 타보니 우선 타고 내리는 게 편하고 지하철처럼 지하로 오르락내리락할 일이 없어 좋다”며 “소음·진동이 없어 승차감도 좋고 노약자가 이용하기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의 주요 도시가 트램을 주목하는 이유는 경제성과 친환경성에 있다. 일반적으로 건설비용이 지하철의 6분의 1, 고가 경전철의 3분의 1 정도이고, 운영비도 지하철의 4분의 1 수준이다. 배출가스가 없고, 접근성과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가 높은 것도 장점이다. 대전시는 이런 점을 들어 광역도시 중 가장 먼저 도시 전체를 순환하는 트램 도입을 결정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미비했던 법·제도적 정비가 속속 이뤄지고 있고, 대통령이 조기 착공을 지역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당초 2025년으로 목표했던 개통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에 상용화되지 않은 교통수단이다 보니 도로 잠식에 따른 교통체증과 속도·정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등 우려도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트램 도입 배경은 기본적으로 자동차 증가를 억제하고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체계를 바꾸는 데 있고, 우선신호체계로 정시성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트램이 도시 재생에 기여한 사례도 많다”며 “조기 개통되면 대전이 국내에서 트램과 친환경 교통체계를 선도하는 도시로 확고한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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