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전액국고 부담, 확정된 사안 아냐"
일방 발표·재원 부담 난색.."상의도 안 하나"
국정기획위 "확실한 공약 추진"..年 2조 추진
"기재부 승인 받고 대선 공약 추진하나" 반박
◇기재부 발표 “전액국고 부담, 확정 아냐”
기재부는 25일 저녁 문자 공지를 통해 “금일 교육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은 교육부 업무 및 공약사항에 대한 검토 보고한 내용으로 부처 협의를 거치거나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공약이행은 추후 위원회에서 국정과제들로 확정되면 그에 따라 세부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기재부의 포지션(입장)은 국고 부담을 할지, 말지 정해진 게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교육부는 국정기획위 업무보고를 통해 내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전체를 중앙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보고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기재부와의 협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면서도 “이 사안은 공약이다. 확실한 공약인 만큼 갈 것(실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박 대변인은 누리과정 지원단가 인상 목표치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계적 인상만 확정된 것일 뿐 2020년까지 3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이 사업비 부담 문제를 놓고 대립해 왔던 사안이다. 올해는 3년간 한시적으로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정부가 전체 예산의 40% 수준인 86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앞으로 중앙정부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하면 연간 2조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대선 공약집에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라는 표현으로 공약이 반영됐다. ‘국고 전액 부담’이라는 명시적인 표현은 없다.
기재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상황이다. 기재부 직원 대다수는 언론을 통해 발표 내용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 편성·심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재부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데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일부 공무원들은 선약도 취소하고 대책회의에 나섰다. A 관계자는 “오늘 국정기획위에서 발표한 건 (기재부와) 상의하고 한 게 아니다”며 “예산편성 과정에서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B 관계자는 “누리과정 국고 부담은 올해까지만 특별회계로 해서 끝나는 것”이라며 “(국정기획위가 국고부담 방침을 발표해) 갑자기 이렇게 논란이 됐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 “기재부 승인 받고 공약 추진하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가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C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관련해 “후보자의 말씀은 없었다”며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1일 내정돼 청문회를 준비 중인 김 후보자는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며 지난 24일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중이다.
이에 대해 국정기획위 측에선 정책발표 방식이나 재원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공약을 이행할 책임이 있는데 추진도 안 하고 공약을 포기해야 하나”라며 “기재부 승인을 받고 공약을 추진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재원 마련 방식은 ‘지자체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예산 편성, 채권 발행 등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며 “‘재정 계획 수립 태스크포스(TF)’에서 심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기획위 재정 계획 수립 TF는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 대책을 마련하는 기구로, 윤호중 기획분과 위원장(민주당 의원)이 팀장을 맡고 이태수 기획분과 자문위원, 정세은 경제1분과 자문위원, 김정우 경제2분과 자문위원, 김성주 전문위원 단장, 이한규·안일환 기획분과 전문위원, 박지웅·김진영·김병규 경제1분과 전문위원 등 9명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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