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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삼성전자 1·2차 협력사 간 ‘현금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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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다음달부터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1차 협력사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물대(물품대금) 지원펀드’를 조성한다.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흐름을 막고, 연쇄부도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적돼온 어음거래 폐지 움직임이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다른 대기업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집에서 ‘약속어음 제도의 단계적 폐지’ 방안을 명시했던 만큼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물품대금 지급 프로세스를 마련해 다음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25일 밝혔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는 600여곳, 2차 협력사는 3000여곳이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30일 이내에 물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1차 협력사에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해왔으나,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간 거래에는 여전히 일부 어음이 쓰이는 실정이다.

어음거래는 최근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협력사가 어음으로 물품대금을 받으면 당장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경우 자금흐름이 막히게 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싼값에 어음을 팔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음 결제 기일은 평균 107.9일이나 됐다.

어음을 담보로 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의 경우 어음 발행자(물품 구매 기업)가 만기 결제일에 납품대금을 결제하지 못할 경우 은행에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의무(상황청구권)가 납품 기업에 돌아가기 때문에 발행 기업이 부도·법정관리·워크아웃 등으로 대금을 결제하지 못하면 결국 납품 중소기업이 대출을 상환해야 하고, 연쇄부도 위기에 몰리게 된다.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하나·신한·국민은행과 5000억원 규모의 ‘물대 지원펀드’를 조성해 1차 협력사가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자금이 필요한 1차 협력사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은 현금 조기 지급에 필요한 금액을 1년 무이자 대출한다. 필요하면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예금 이자 없이 5000억원을 예치하고, 은행은 이를 1차 협력사에 무이자로 대출한다고 보면 된다.

삼성전자는 이 펀드를 2020년 5월까지 3년간 운용해 납품대금 30일 내 현금 지급을 정착시키고, 이후에는 협력사들의 요청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4·25일 이틀간 수원·구미·광주 등에서 500여개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제도를 소개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또 2차 협력사에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1차 협력사는 종합평가 때 가산점을 주고, 신규로 거래를 시작하는 협력사에는 현금 물품대금 지급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1차 협력사 협의체인 ‘협성회’ 및 2차 협력사 협의체인 ‘수탁기업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관련 건의를 받고 현금 결제 프로세스를 준비해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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