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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인권 뒷걸음 막는 국가인권위 위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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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지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문화된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부활하고, 정부 부처에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기관과 기관장 평가 항목의 하나로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 도입 등 구체적인 실현 방안도 제시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잃고 인권 지킴이로서의 본령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인권위가 인권 견인차로서 거듭나기 바란다.

국가인권위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의 침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국가기관이다. 권력에 대한 인권적 감시와 견제가 주요 활동이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독립성이 필수적이다. 김대중 정부 때 출범한 인권위는 왕성한 활동으로 성과가 높았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과 사형제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고용허가제 도입,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 폐지 등을 권고하고 의견표명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인권위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조직은 축소되고 예산은 삭감됐다. ‘인권 문외한’인 현병철 위원장과, 뉴라이트 및 비리검사 출신 등 일부 상임위원에 대한 자질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용산참사 사건 재판 등 사회적 현안에 침묵하고, 공권력의 잘못을 옹호하는 반인권적 조치가 잇따랐다. 그 결과 세계 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로부터 잇따라 3차례나 등급보류 결정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 인권 선진국이 단 몇년 사이에 인권 후진국으로 전락한 것이다.

인권위의 위상 추락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권 무시는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시민 삶의 질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관심과 지시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이번 조치는 자생력을 상실한 인권위를 소생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처방에 그쳐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인권위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지만 자칫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핵심으로 하는 인권위의 존재 의의를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권위가 부끄러운 과거를 딛고 인권의 보루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권 친화적 인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더 이상 현병철 위원장은 없지만, 아직도 인권 문외한이나 동성애 혐오론자 등 부적절한 인사들이 남아 있다면 인권위의 위상을 높이기 어렵다. 정권의 시녀 역할에 익숙해진 조직 문화도 뜯어고쳐야 한다. 인권위는 최후의 인권 지킴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자기 역할을 되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인권위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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