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발언에 펜 흔들며 부인도
변호인들 증거조사 이의신청 등
검찰과 날카로운 신경전 펼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두번째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중앙법원 구치감에 도착해 호송차량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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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자신의 두 번째 재판에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결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이틀 전 법정에서 정면만 쳐다보며 ‘40년 지기’이자 공범 관계인 최순실씨를 애써 외면하던 것과 달리 검찰이 혐의 입증을 위해 제시한 증거를 하나하나 메모하는 등 검찰과 본격적인 법리 공방을 벌일 태세를 갖췄다. 최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은 박 전 대통령만 출석한 가운데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 등에 대한 증거조사로 진행됐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같은 재판부가 이미 심리를 진행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재판에서 나온 증인들의 증언기록이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재단에 돈을 내라고 한 적이 없다”거나 “안 전 수석이 기를 쓰고 (재단을) 만드는 게 충정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했다는 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박 전 대통령이 이날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렸다.
오전 10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은 첫 공판 때처럼 집게와 핀으로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를 했고 남색 정장 차림이었다. 여전히 핏기 없는 얼굴로 무기력해 보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되자 ‘수첩공주’라는 별명답게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들이 나오자 꼼꼼하게 메모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했다. 검찰이 “재단을 만든 사람이 아무래도 대통령이라 판단했다” “이 정도 규모로 협찬을 받으려면 대통령 정도 권력이지 않겠느냐” 등의 발언을 한 K스포츠재단 전직 간부의 증언을 제시하자, 박 전 대통령은 옆에 앉은 변호인을 쳐다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이 재단의 전직 간부가 “안 전 수석이 제게 ‘대통령에게 최 여사(최순실)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금기’라고 말해줬다”고 한 대목이 나오자, 박 전 대통령은 아니라는 듯 손에 쥐고 있던 펜을 좌우로 흔들었다. 미르재단의 전직 간부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내보내는 게 VIP 뜻이라고 안 전 수석이 말한 적 있냐”고 묻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라고 발언한 대목이 증거로 제시되자, 박 전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변호인과 귓속말을 주고 받았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검찰의 증거조사 내용에 대한 의견이나 반박할 점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는 “자세한 건 추후에 말씀 드리겠다”거나 “나중에”라고 짧게 답했다.
변호인들의 태도도 공세적이었다. 검찰의 증거조사에 앞서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부의 심리 진행 절차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과 관련된 주장이나 입증계획이 끝나야만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런 절차를 완료하지 못해 증거조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이의신청을 한 것이다. 재판부가 “변호인들의 지적은 적절하지만 사건의 증거기록이 방대하고 신문할 증인이 몇 백 명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입증계획과 심리계획을 짠 후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이의신청을 기각한 이후에야 증거조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검찰과의 날 선 신경전도 벌어졌다. 검찰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이 담긴 증인들의 재판기록을 공개하자 변호인은 “검찰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신문 내용만 보여주고 있다”고 항의했고, 검찰은 “(해당 재판에 참여한) 변호인 측의 반대 신문 내용도 담겨있다”고 반박했다. 급기야 재판부가 나서 “(증거조사를 일단 끝내고) 이후 변호인 측의 의견을 진술해달라”고 중재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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