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박정애 지음/사계절·1만2000원
오늘의 민수
김혜정 지음/문학과지성사·1만1000원
청소년이 포함된 가족 구성원들 사이, 그리고 청소년과 노년 사이 갈등과 소통에 주목한 소설 두편이 나란히 나왔다. 공교롭게도 두 소설 모두 열다섯살 민수를 등장시킨다.
2001년 제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인 박정애의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는 40대 중반 맞벌이 부부 영규와 정란, 중학생 아들 민수와 초등생 딸 민지 네 가족의 이야기다. 야무지고 재바르며 성취욕이 강해서 성적도 좋은 민지, 그와 반대로 느리고 게으르며 학습 능력도 떨어지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지만 심성만은 착한 민수. “만화책 읽으면서 뒹굴뒹굴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민수를 향해 아빠 영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잔소리와 꾸중을 퍼붓는데, 그것이 다 민수를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한다. “내가 겪어 본바, 민수 같은 아이는 학교에서든 군대에서든 직장에서든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린 시절 엄격한 아버지 때문에 고통을 겪었고 그 때문에 “다정한 아빠,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었”던 그는 자신이 어느새 아버지를 닮게 된 건 아닌지 두렵게 돌아보기도 한다. 민수가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 영규마저 직장에서 떨려나면서 가족에게는 위기가 찾아오지만, 가족은 오히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찾는다. “어쩌면, 인생은 모두 각기 다른 포물선이 아닐까”라는 정란의 인생관과 정희성의 시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가 소설의 주제곡처럼 전편에 깔린다.
청소년소설 작가 김혜정의 <오늘의 민수>에는 김민수와 주민수 두 ‘민수’가 나온다. 예순두살 김민수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애니메이션 감독이지만 고집불통에다 무절제한 생활 습관을 지닌 ‘철부지’. 반대로 열다섯살 주민수는 아이답지 않게 사려 깊은 모범생이자 어른의 연애에 조언과 협조를 아끼지 않는 ‘애늙은이’. 어른과 아이가 뒤바뀐 양상인데,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다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니”며 “사람 마음속에는 여러가지 나이 대의 사람이 살고 있”다는 김민수의 말은 이처럼 뒤바뀐 애어른 관계에 대한 설명처럼 들린다.
웹툰 작가가 되고 싶으면서도 안정된 직장을 바라는 어머니의 기대 때문에 고민하는 어린 민수에게 나이 든 민수는 이렇게 조언한다. “노인들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게 뭔 줄 아냐? 좀더 많은 모험을 해 보지 못한 거라더라. 난 절대 후회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넌 안 그러니?” 나이에 못지 않게 성격도 다른 두 민수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가까워지고, 크고작은 위기를 넘기면서 ‘우정’을 쌓아 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사랑스럽다. <한 포물선…>이 자식보다는 부모의 시점에서 상황을 바라본다면 <…민수>는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느낌이지만, 둘 모두 ‘가정의 달’의 의미를 새기며 읽어 볼 만한 작품들이다.
최재봉 기자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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