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선물 사랑의 작동 원리
샤론 모알렘 지음, 정종욱 옮김/상상의숲(2011)
우리는 사랑을 사랑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세상은 마법에 걸린 듯 달라진다. 사랑은 따분한 일상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모든 연인들은 자신의 사랑이 유일무이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사회학에서는 이러한 낭만적 사랑에 대해 ‘신화’, ‘근대의 발명품’이라는 딱지를 붙인 지 오래다. ‘너 아니면 안 돼’와 같은 운명적인 사랑, 영원한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다는 것이다.
과학은 사회학에서 말하는 ‘낭만적 사랑의 신화’를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의 뇌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도록 진화했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랑과 같이 어려운 일을 해내는데 얻는 것이 없다면 말이 안 된다. 생존이든, 번식이든 사랑은 조건(교환거래)의 산물이다.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이고 순수한 사랑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몸과 마음에서 작동하는 사랑은 연인들이 의미부여하는 것처럼 고유하고 유일한 체험이 아니다. 사랑의 환상이 확 달아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즈음에서 우리는 사랑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왜 사랑하는 것일까? 왜 키스하는 것일까? 왜 섹스하는 것일까? 왜 성적 매력을 느끼고 흥분하는 것일까? 이성애자가 된 이유는 무엇이고, 동성애자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샤론 모알렘의 <진화의 선물 사랑의 작동 원리>는 이러한 질문에 과학적으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공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지, 사랑을 무슨 책으로 배우나? 그것도 과학책, 생물학책으로 배우냐고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인간을, 인간의 사랑을 이해하려면 진화생물학이 필수 코스다. 사랑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는 이유”를 진화의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샤론 모알렘은 “진화와 사랑은 일심동체”라고 말한다. “왜 섹스를 하는가? 이것은 가장 중요한 진화론적 질문이다.” 우리는 진화의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으로 성분화되어 유성생식을 한다. 유성생식이 곧 섹스다. 사랑의 작동원리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성분화와 유성생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인간의 성분화는 매우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이다. “화학과 생물학의 엄청나게 복잡한 묘기”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가 많이 일어난다. “완전한 남성과 완전한 여성 사이에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불명확한 경우가 무수히 많다.” “염색체 패턴에서부터 성기, 생식계, 2차 성징에 이르기까지 남성의 특징과 여성의 특징이 혼합되어 남성이나 여성으로 성별을 명확히 구별할 수 없는 사람들이 태어난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과학은 전적으로 인정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성분화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완벽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과 섹스를 말하면서도 그 전제가 되는 성의 분화조차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성애를 혐오하고 사랑을 신비화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샤론 모알렘은 이 책에서 “사랑은 생물학”이라고 강조한다. 사랑을 운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지만 생물학을 운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 자신의 운명을 헤쳐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생물학이다.
정인경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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