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대변인 “남중국해 등 아태 지역에서 매일 작전”
중국의 대북 제재 강화 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일 수도
미국 해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의 긴장이 높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24일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구축함 듀이함이 이날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 안에 있는 인공섬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 12해리(약 22.2㎞) 안쪽 해역을 항해했다고 전했다. 미스치프 암초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구축함이 12해리 안쪽으로 항해했다는 것은 미스치프 암초를 중국의 영토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미 국방부 관리는 구축함 듀이함이 미스치프 암초 옆을 지나는 동안 구조훈련을 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는 중국쪽에 미국이 남중국해 어느 지역에서든 국제법에 따라 활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전까지 미군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것은 지난해 10월이 마지막이다. 그동안 일선 지휘관들의 건의에도 미 국방부나 백악관은 작전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달 초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로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이런 경향이 도드라졌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북핵 문제 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빅딜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에 ‘낮은 수위’라도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군 지휘관들과 대중 강경파 전문가들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온 것도 사실이다. 중
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을 빠르게 군사기지화하고 있어 미국의 제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남중국해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매일 작전을 벌인다”며 “우리는 국제법에 따라 작전을 한다. 특정 국가나 수역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미군 구축함의 ‘작전’을 확인하며 반발했다. 중국 국방부 런궈창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지역 군사화를 추진하려는 미국의 이런 무력 과시 행위가 돌발 사건을 초래하기 쉽다”며, 미 해군 구축함이 남중국해에서 독단적인 항해를 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미사일 호위함 류저우함과 로저우함을 급파했다고 밝혔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군함의 행위는 중국의 주권과 안보이익을 해치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전에는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의 밀월에 대해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국가들의 우려를 덜어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 제재 강화를 끌어내기 위해 중국에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은 대북 제재 강도를 높인 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선제적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하지 않는 한 추가 결의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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