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라다-세월호 세대를 위한 정치철학
김상봉 지음/길·1만5000원
“국가는 기성품으로 만들어져 주어지는 물건이 아니다. 이것도 저것도 국가가 아니고, 바로 네가 국가다. 네 속에 나라가 있다. 국가가 무엇이냐고 묻지 말고, 내가 누구인지 물어라.”
김상봉 전남대 교수는 ‘서로주체성’ 연구로 학계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 철학자이자 학벌없는사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진보신당 강령을 집필한 ‘실천적 지식인’이다. 그가 정치·사회·경제 등 국가 전반에 걸친 성찰과 제안을 종합해 젊은 ‘세월호 세대’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국가에 대한 청사진을 <네가 나라다: 세월호 세대를 위한 정치철학>이란 책에 담아 냈다. 김 교수는 제자들에게 받은 질문을 자유롭게 재구성해, 가상의 대화 형식으로 책을 써내려갔다.
지난 겨울 방학 기간 내내 제주도 골방에 틀어박혀 집필한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열기가 책 안에도 가득하다. 그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박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무너질 것을 예측해 탄핵 이후 화제가 됐다. 이번 책에서도 지은이는 “한국의 민중항쟁사를 돌이켜보면 30년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거대한 봉기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이뤘지만 경제적 민주주의는 이루지 못한 87년 체제의 한계” 탓에 기업이 지배하는 국가에서 고통받아온 민중의 분노가 한계를 넘었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눈에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80년대 이후 태어나 민주화투쟁에 나설 일이 없었던 10~30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각성한 것도 정권 붕괴의 중요한 전조가 되었다고 했다. “세월호가 어떤 의미에서는 단군 이래 가장 행복한 세대를 잠에서 깨운 거예요. 나라가 침몰하고 있으니 가만히 자고 있다가는 다 죽을 거라고.”
지은이는 젊은 세대가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길에 되새겨 볼 만한 사건이 있다고 했다. 몇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학급 시험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담임교사 두 사람을 불러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린 사건이었다. 그는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도 죄”라는 함석헌의 말을 인용하며, “다시 교장이 손바닥을 내밀라고 하거든 책상을 엎으세요.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서부터 자기의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라고 말한다. “양심은 혼자 일으키지 못합니다. 크게는 나라를 바로 세워야겠지만, 일상의 삶에서는 내 곁의 동료에게 손을 내밀어 울창한 숲 속의 나무들처럼 같이 폭풍우를 이겨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이런 ‘사회적 의리’를 실천하는 일 가운데 하나로 노동조합 활성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세월호 세대’에게 지난 촛불집회 당시 나온 ‘시민의회’ 같은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을 경계하라고 당부하면서 정당 정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길 요청한다. 직접민주주의는 한국 같은 거대국가에선 불가능하고 무책임한 생각이라는 비판이다. 대신 “시민들을 소통시키고 그들의 의지를 국가의 일반의지로 결집해주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인 좋은 정당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정치적인 주체로 서되, ‘홀로’가 아닌 ‘서로’ 만나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시민의 정체성을 한층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킬 남북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는 또 다른 예측을 내놓는다. “미국이 대외적으로 허약해지는 만큼, 미국을 적으로 삼은 북한 체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 “김정은 체제가 길어야 10년”이라며 그는 군인의 전문성과 첨단의 기술을 결합하여 군사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되 “시민을 노예적으로 훈육”하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직업군인 제도로 가야 한다고도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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