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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과학기술과 춤의 시적 만남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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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토모스’ 영국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영감 얻어”



한겨레

22일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 엘지아트센터 제공


“과학기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춤과의 시적 만남을 추구합니다.” 영국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47)가 자신의 작품 <아토모스>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25일 기자간담회를 했다.

현대무용가로는 처음으로 2006년부터 영국 로열발레단 상임안무가로 활동 중인 그는 파리오페라발레단, 볼쇼이발레단 등 세계 유수 무용단을 위한 작품도 만들었다. 대중문화와 협업도 활발해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 <신비한 동물사전>의 움직임을 연출했고, 록밴드 라디오헤드와 케미컬 브러더스의 뮤직비디오를 안무하기도 했다.

12년 만이라는 그는 이날 “라디오헤드 리더 톰 요크가 춤을 잘 추는 뮤지션일 뿐 아니라, 무대에서 관중들의 움직임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며 소통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는 일화를 소개하며 “한국에도 훌륭한 음악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는 재치를 발휘했다.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맥그리거는 특히 인지과학자·신경과학자들과 교류하며,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실험적 예술세계를 선보여왔다. 그는 “몸은 매우 기술적이기에 무용만큼 과학기술과 가까운 공연예술도 없다”며 “특히 발레는 그 안에 암호화된 언어가 있고, 이를 어떻게 해독해서 바라보느냐가 관건인 장르”라는 흥미로운 해석을 내놨다.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그는 “개인용 컴퓨터 1세대로서 과학기술의 확장성, 예술적 자극에 꾸준히 노출돼왔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창작 과정에서 과학기술을 활용하면 춤이 전형성을 탈피하고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의 연장선상에서 현재 유전자 정보와 공연을 연결시키는 새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과학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공간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예술가로서 이를 쟁점화하고, 과학과 실생활을 연결하는 다리 구실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26~27일 엘지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아토모스>(2013년 런던 초연)는 공상과학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맥그리거는 이 영화를 1200여개의 작은 요소(아토모스·미세한 먼지)로 분할하고, 여기서 도출한 감정들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지닌 가상의 무용수를 창조해 실제 무용수들이 춤을 추도록 했다. 그는 “가상의 무용수가 무대에 보이지는 않는다. 과학기술을 새로운 움직임으로 번안하는 것에 중점을 두지, 그 자체를 설명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관객들에게 “알고 있는 이미지나 글에 얽매여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무용수들의 모험에 동참하면서 있는 그대로 즐겨달라”고 주문했다. 3D 안경을 쓰고 보는 작품이다.

김혜경 프리랜서 기자 salutky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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