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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테러범 가족들 체포…대규모 ‘테러조직’ 배후 확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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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테러 발생 이틀째인 23일 맨체스터에서 한 커플이 추모 메시지가 표시되고 있는 전광판 앞에서 포옹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맨체스터=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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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 맨체스터 자살폭탄 테러(22일)와 관련된 혐의로 용의자 살만 아베디(23ㆍ사망)의 가족이 체포되고, 이들의 배후에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 대규모 ‘테러 네트워크’가 있음을 확인해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국 경찰은 공범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추가 테러 가능성이 확인됨에 따라 수사망을 해외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24일(현지시간) 영 BBC에 따르면 현재까지 영국에서 8명, 리비아에서 2명이 맨체스터 폭탄테러와 관련돼 체포됐다. 테러 현장에서 사망한 용의자의 형 이스마일 아베디(24)와 남동생 하심 아베디(20)가 23일 각각 맨체스터와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검거된 데 이어, 24일에는 살만의 아버지인 라마단 아베디(51)가 트리폴리에서 붙잡혔다. 이 밖에도 23일 2명, 24일 3명, 25일 2명이 추가로 영국에서 체포됐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종합하면 이번 테러는 IS와의 연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리비아 대테러 수사국 관계자는 “동생 하심의 진술에 따르면 살만은 스스로 IS요원이라고 여겨 왔다”며 “IS가 만든 영상을 보고 폭탄 제조법 등을 익힌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심 역시 IS요원이며 이번 테러에서 사용된 폭탄을 제조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언급했다. 하심은 조사 과정에서 “장소와 시점을 몰랐지만, 형이 테러를 할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폭탄을 어떻게 만든 것인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디가 시리아를 여행하면서 IS와 접선했을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도 IS가 배후에 있음을 뒷받침한다. 제라르 콜롱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살만이 시리아에 간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IS는 자신들이 이번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베디가 극단주의에 빠져든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그의 여동생 조마나 아베디(18)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무슬림에 가해진 부당한 처사에 분노가 치솟아 테러를 저질렀을 수 있다”라며 “시리아에서 터진 폭탄으로 무슬림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복수를 결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살해된 친구의 죽음을 보고 테러를 결심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리비아계 영국인인 아베디의 친구는 지난해 맨체스터에서 차에 치인 후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아베디 가족의 지인들은 “그는 이를 무슬림에 대한 혐오 범죄로 봤다”며”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복수를 약속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아베디 가족은 1993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독재를 피해 영국으로 이민 왔으며, 2011년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자 리비아로 돌아갔다. 이 때 자녀 4명 중 살만과 이스마엘은 영국에 남았다. 체포된 아버지 라마단 아베디는 1990년대 알카에다와 연계된 극단주의 무장조직 리비아이슬람전사그룹(LIFG)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영국 당국은 추가 폭발 가능성에 대비해 보안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수사 과정에서 폭발물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다른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람들이 밀집하는 장소에 1,000여명의 추가 병력을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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