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비서실 127억원 중 53억원 절감 계획
8900억 규모 정부 특수활동비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
대통령 사적 영역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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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훈길·김영환 기자] “식대의 경우 손님접대 등 공사가 정확히 구분이 안 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부부 식대와 개·고양이 사료값 등 명확히 구분 가능한 것은 별도로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같은 말로 특수활동비에 대한 조정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한 청와대는 솔선수범을 강조하면서 다른 정부 부처의 호응을 유도했다.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당장 특수활동비 조정 방침을 밝혔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을 편성·심의하는 과정에서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깜깜이 예산’ 줄이라” 文대통령 의지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첫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특수활동비에 대해 조정을 지시했다. 우선적으로 비서실에 책정된 5월 기준 127억원 중 42%인 53억원이 절감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절감액에 대해 일자리추경 재원 등과 연계하는 등 활용방안도 모색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사용처를 명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깜깜이 예산’이라는 오명도 안고 있다. 최근 불거진 검찰 내 ‘돈 봉투 만찬’ 사건에서도 격려금의 출처가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해 정부 각 기관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규모만 8870억원에 달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안보 분야의 국정 활동이나 부서 특성상 기밀을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활동경비 소요를 추정해 추정한 금액에 대해서만 집행하겠다”며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절감해 ‘나눠먹기식’ 관행을 뿌리뽑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관제 생활비, 식대 등은 대통령 봉급으로 부담해 그것이 맞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특수활동비 조정 정황을 설명했다. 미국 백악관도 대통령과 가족의 식비, 생필품, 의복비 등은 대통령 개인에게 청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적 영역에 집행한 비용은 공제돼 대통령 급여로 지급된다.
◇靑 ‘셀프삭감’에 ‘깜깜이 예산’ 축소 불가피
청와대가 특수활동비 조정을 시사하면서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이를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통령이 재정에 대한 현안에 문제점을 공감해 저희부터 솔선수범하자는 말씀이 있었다”고 했지만 90%에 육박하는 문 대통령의 임기 초반 국정수행 지지도를 생각하면 대통령의 간접 지시사항을 어기기가 쉽지 않다. 한 부처 관계자는 “대통령이 나서서 특수활동비를 깍고 이를 일자리 예산으로 돌리는 마당에 특수활동비에 대한 자발적인 축소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했다.
박 대변인은 “어디까지나 청와대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면서도 “차제에 특수활동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보고 증빙이 잘 갖춰지지 않는 등 제도적 부분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드러내도록 제도 개선을 해보자는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특수활동비 특성상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점검이 이뤄질 전망이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특수활동비로 책정된 예산은 8조 5631억원에 달한다. △국가정보원 4860억원 △국방부 1783억원 △경찰청 1298억원 △법무부 286억원 △청와대(대통령 경호실, 비서실 및 국가 안보실) 266억원 순이다.
시민단체 등이 집행의 불투명성 등을 이유로 특수활동비는 폐지를 요구해온 만큼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납세자연맹은 “특수활동비는 공무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던 권위주의 정부의 산물”이라며 “정보기관의 특수활동비도 예산을 축소하고 국회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도 비서관은 “공개하기 곤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공개할 수 있는 수준까지 투명하게 집행하겠다”며 “공개여부는 관계 부처에서 여러 가지 사안을 감안해서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약?칫솔? 어디까지 사적 영역?
대통령이라는 공식 직함을 달고 있는 한 문 대통령의 사적인 영역이 어디까지일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긋기가 어렵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관저 식사라고 하는게 두 부부만 하는 건 아니지 않겠느냐. 공적 성격의 초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 “문제 의식과 실천 의지가 있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연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같은 경우는 칫솔이나 치약, 식대는 개인이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며 “국민 정서는 ‘그런거까지 봉급으로 내냐. 그정도는 써도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해외 선진국 사례를 연구해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치약이나 칫솔 등 소모품을 포함해 문 대통령이 직접 밝힌 퍼스트 캣과 퍼스트 독 등 반려동물에 대한 비용도 대통령 사비로 부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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