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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김영환 기자] “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비리 행위자는 고위공직 임용에서 ‘철저히’ 배제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5대 비리 관련자 고위 공직 배제’ 원칙이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처럼 속전속결로 이뤄질 것 같았던 장·차관급 인선이 늦어지는 배경에 ‘5대 원칙’의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부인의 ‘위장전입’ 사실이 뒤늦게 불거진 이후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라는 분위기가 청와대 안팎에 팽배한 만큼 향후 인선은 더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낙연發 ‘5대 원칙’ 위배 논란에…靑 ‘정밀 점검’ 착수
청와대는 25일 애초 두 차례 걸쳐 실시하려 했던 차관 인사를 사실상 뒤로 미뤘다. 한 관계자는 “이번 주말에도 발표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낙연 후보자가 부인의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시작될 검증 과정에서 ‘정밀 점검’이라는 메스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로 들렸다. 이 후보자는 전날(24일) 과거 미술 교사였던 부인이 서울 강남 소재 학교로 배정받으려 위장전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과했다.
실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처럼 청와대가 강 후보자 장녀의 위장전입 의혹을 선제로 공개하고, 이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게 아니라는 점에서 ‘5대 원칙’ 위배 여부가 더 큰 논란이 번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21일 강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강 후보자의 큰딸이 2000년 한국의 고등학교로 전학 오면서 친척집으로 위장 전입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관련 내용을 선제로 공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강 후보자의 발탁은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여권 내부에선 향후 장·차관 인사가 더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밀 검증을 하다 보면 의외의 변수가 발생하곤 한다”며 “더군다나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간 진보 쪽 인사들이 크지를 못해 풀(pool) 자체가 작은 데다, 현미경 검증까지 들이대니 인선이 쉽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검증을 하다 보면 병목현상이 있다. 아침 상황점검 회의에서 (청와대) 인사수석도 (문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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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동력 발목 잡을라…與일각 “5대 원칙 재정립” 목소리
문제는 인사 지연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론의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고, 야권의 공세가 본격화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40%대 초반의 득표율로 정권을 거머쥔 문 대통령으로선 정권 초 각종 개혁과제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상황인데, 인사 지연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격식 파괴’ ‘소통 강화’ 행보로 국정동력의 발판을 마련했고, 90%대에 육박하는 국정수행 지지율로 국정주도권을 완전히 거머쥔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가 “고민스럽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은 배경이다.
여권 내부에선 이낙연·강경화 후보자의 위장전입 외에 ‘5대 원칙’에 어긋나는 사실이 또다시 불거지거나 다른 후보자의 인선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메가톤급 의혹이 터져 자칫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누구 하나 낙마라도 하게 될 경우 순탄했던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보수정권에서 고위 공직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가 커진 건 사실”이라며 “여론을 의식하지 말고 ‘5대 원칙’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5대 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고 보면 되는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이 관계자는 “무 자르듯이 (원칙이) 무너졌다, 아니다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예외적인 상황은 먼저 말씀드리겠다”는 말로 원칙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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