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촌 전경. [매경DB] |
"가격이 무섭게 뛰고 있어요. 급매물이다 싶으면 대기자들이 앞다퉈 계약하고 그 후엔 시세가 한 계단 또 올라요. 이런 식으로 4월 이후부터 전용면적 99㎡ 기준 매매가가 1억원 가까이 뛰었습니다."
(둔촌동 A공인중개업소)
"매물(집)이 별로 남아 있지도 않습니다. 대기 수요는 많은데 거래가 하나 이뤄지고 나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어요." (개포동 B공인중개업소)
지난해 '11·3대책' 이후 관망세를 보이던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이후 강남권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 단지 위주로 가격이 초강세인 모습이다. 새 정부 초기 외교안보와 검찰개혁 등에 집중해 부동산 정책에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계속 흘러들어 과열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위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강동구 둔촌동과 강남구 개포동 일대다. 둔촌주공3단지 전용 99㎡ 매매가격은 올해 1월 9억8000만원으로 바닥을 찍은 후 계속 오르기 시작해 25일 현재 10억4500만원을 기록 중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점에 도달했던 작년 10월 가격(9억9250만원)보다도 5.3%나 올랐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 53㎡ 역시 가격이 13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10월(12억9000만원)보다 7.0% 뛰었다. 두 지역의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수요자가 대기하고 있지만 매물이 없어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며 "현금을 쥐고 있어야만 매물이 나올 때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밖에 청담삼익아파트, 반포우성아파트 등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거나 신청 직전 단계에 있는 아파트들 역시 가격이 작년 10월 수준을 넘어섰다. 내년 부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면 올해 12월 31일까지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야 한다.
5월 들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매매가격 상승폭은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가장 상승 분위기가 거센 강동구의 경우 5월 첫째주에 전주 대비 0.07% 상승했지만 0.09%(둘째주), 0.46%(셋째주), 0.51%(넷째주)로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뛰는 이유로 '새 집 효과'를 꼽는다. 내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 강남 지역에 새 아파트 공급은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기 수요자들이 재건축 진행 속도가 빠른 아파트로 쏠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환수제 회피가 불투명한 아파트 단지들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대치은마 전용 84㎡는 작년 10월 13억9000만원이었지만 현재 13억6500만원에 거래돼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잠실주공5단지와 대치미도2차 등도 올 1월 이후 소폭 가격이 회복되고 있지만 작년 10월 수준으로 돌아오진 못했다.
새 집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최근 강남 재건축 분양권 가격 추이를 봐도 확인할 수 있다. 개포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면적 59㎡는 전매제한 해제 당시(작년 10월) 매매가가 10억500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 11억~12억원까지 뛰었다.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59㎡ 역시 작년 10월 7억7000만~7억9000만원이던 가격이 8억1000만~8억4000만원까지 약 5% 상승했다.
가격이 올라가면서 강남4구 분양권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5일 기준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분양권 거래량은 293건으로 나타났다. 작년 5월 전체(143건)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다. 특히 강동구 분양권 거래량이 219건으로 지난해 5월 전체(46건) 대비 5배 가까이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덕분에 입주한 지 10년 안팎인, 비교적 새 아파트 단지 가격도 덩달아 강세다. 잠실 엘스 전용 59㎡ 가격은 작년 10월 9억6000만원에서 10억 선까지 올랐고, 반포 리체 전용 106㎡ 가격도 지난해 10월 15억3000만원에서 현재 15억6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영향으로 강남 신규 아파트로 일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단지별 차별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 단기자금이 향할 곳이 없는 데다 새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 관망세가 이어진 것도 강남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시중 단기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가계부채(1300조원) 규모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단기 부동자금이 주로 머무르는 CMA나 MMF, MMDA는 연 이자율이 1%대에 불과하다"며 "이보다는 서울 강남 아파트가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 용환진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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