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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3%룰 유지땐 5대그룹 계열사 20곳 외국인에 경영권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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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시장 활성화 대토론회 / 의결권 3%룰 개정 목소리 ◆

매일경제

매일경제가 주최한 대토론회가 2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되는 와중에 코스피가 또다시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34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5.59포인트 오른 2342.93으로 장을 마쳤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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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효성은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상희 변호사 등 3명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으나 부결됐다. 상법상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선임은 주총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참석 주식 총수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이 안건은 과반 찬성표 확보에 실패했다. 상장사가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 있는 주식의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3% 룰'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효성은 조석래 전 회장이 지분 10.15%를, 아들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이 각각 지분 14.2%와 12.21%를 들고 있었지만 각각의 지분에 따른 의결권이 최대 3%까지만 인정되기 때문에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주주총회에 모인 다수 기관투자가들이 김 변호사가 2007년부터 사외이사를 맡은 탓에 독립성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하자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같은 달 열린 만도 주총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2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자 기업 감시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주주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이 제도를 악용할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규정한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위원회를 외국인이 장악해 부당한 경영 간섭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분 다수를 가진 외국인들이 연합해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의결권을 극대화하면 '3% 룰'에 걸린 최대주주는 힘 한번 못 써보고 감사위원 임명권을 고스란히 내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3% 룰을 통해 올라온 안건을 부결시키는 정도에 그쳤지만, 법 통과 이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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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연구위원은 "경영권을 흔들 목적으로 모인 외국계 투자자가 최대주주가 내놓는 안건을 놓고 시시콜콜 문제를 제기하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179개 상장사 중 '3% 룰' 적용 시 외국인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국내 최대주주, 기관투자가 등 잠재 우호지분을 모두 합친 것의 두 배가 넘는 기업만 39곳에 달한다.

국내 5대 그룹 중 같은 상황인 계열사만 20곳이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여기에 해당한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50.55%인데 삼성전자 최대주주가 이론상 규합할 수 있는 의결권 있는 지분은 15.11%에 불과하다. 시가총액이 300조원이 넘는 국내 간판 기업 감사위원회를 외국인이 장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삼성전자 측에서 자사주 54조원을 소각하는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며 외국인투자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지만, 상황이 달라진 이후 미래 벌어질 상황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현대차, 기아차, SK이노베이션, 한화케미칼 등 그룹 간판 기업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안 연구위원은 "현 의결권 제한 상한선인 3%를 5% 혹은 10% 정도로 높이면 최대주주 의결권을 좀 더 보장받을 수 있어 이 같은 우려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며 "감사위원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영권이 지나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또한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3% 룰이 10% 룰로 바뀌면 효성의 경우 조 전 회장과 조 회장, 조 사장이 각각 들고 있는 지분의 의결권을 10%까지 인정받을 수 있어 경영권이 탄탄해진다는 얘기다.

최경선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과감한 결단으로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최대주주 체제 경영 시스템이 반드시 나쁜 게 아니다"며 "경영권 흔들기에 악용될 수 있는 제도는 수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단기투자를 추구하는 헤지펀드와 경영진 의견 충돌이 격화된다면 기업은 지속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외부 통제 강화를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전략은 투자자가 기업 성장에 기여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용어 설명>

▷3% 룰 :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

[홍장원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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