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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일부 하수관들이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제대로 수리·교체되지 않아 안전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일부 서울시의원들이 초과 확보한 관련 예산을 몇몇 특정 업체에 몰아준 정황이 포착되면서 서울시가 업체 선발 방식을 새롭게 바꾸느라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시는 편법행위를 제때 잡아내지 못하고 방치하다 올해 상반기 늑장 대처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수관을 땅을 파지 않고도 수리·교체할 수 있는 '하수관 비굴착보수공법' 기술력을 갖춘 A사는 올해 상반기 단 하나의 공사도 진행하지 못했다. A사 대표는 "보통 여름 장마철을 대비해 4월 하수관 공사에 들어가 7월쯤 공사를 마무리하는데 올해는 하반기에나 공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 같은 피해업체들이 많은데 장마철 시민 안전문제도 걱정이고, 당장 직원 월급 줄 돈이 없어 고민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 노후 하수관 수리·교체가 늦어지는 이유는 지난해 하수관 비굴착공사 예산이 편법으로 운영된 정황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최근 3년간 관련 예산은 특정인의 힘에 의해 특정 업체가 특혜를 받는 방법으로 집행됐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하수관 비굴착공사 예산은 1차적으로 서울시 각 구청에서 위원회를 자체적으로 구성해 특정 업체를 지정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의원들이 위원회에 관여해 특정 업체를 선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법은 2차 예산 배정 단계에서 더 심각하게 이뤄졌다. 시의회가 서울시 예산을 최종적으로 심의·결정하는 단계에서 일부 시의원들이 하수관 굴착공사에 배정된 예산을 비굴착공사로 불필요하게 돌려 부풀린 다음 이를 특정 업체에 몰아준 것이다. 이 경우 구청이 아니라 서울시가 굴착공사를 비굴착공사로 전환하는 게 꼭 필요한지, 어떤 업체를 선별하는 게 적합한지 추가로 검증해야 했지만 서울시는 기한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이 과정을 생략했다.
그 결과 지난해 총 3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하수관 비굴착공사에 배정됐고, 이 중 40% 가까운 예산을 특정 업체가 차지했다. 일부 공사에는 필요보다 더 비싼 자재를 써서 공사비를 부풀린 정황도 포착됐다.
이런 편법들이 3년간 계속되자 민원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서울시는 지난해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올해 하수관 비굴착보수공법 업체 선발 방식을 바꿨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구청에서 위원회를 자체 구성하는 방식은 투명성이 없어서 문제점이 있었고, 서울시도 최종 예산 심사·확정 단계에서 업체 검증을 소홀히 한 것도 사실"이라며 "올해부터는 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만들어 각 구청에 보냈으며 늦어도 7월부터는 입찰이 마무리돼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입찰 과정에서 각 구청이 필요한 공법과 자재 가격을 명시하도록 해 특정 업체가 예산을 몰아서 가져가는 것을 방지했고, 공사비가 불필요하게 늘어나는 것도 막았다. 다만 업체와 시의원의 유착 증거는 확보하지 못해 처벌 없이 제도 개선만 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늑장 대응으로 서울시 여름철 수해 대책에는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올해 120억원으로 책정된 하수관 비굴착보수공법 예산이 제도 개편으로 전혀 편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수관을 비굴착으로 공사하는 경우는 당장 큰 문제가 있는 1~2단계 하수관이 아니라 큰 문제가 없는 3~4단계 하수관이어서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11월에 공사를 마무리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각종 재해 대책을 발표하고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재해 대비를 누차 강조한 와중에 서울시가 사전에 하수관 비굴착보수공법 관련 편법에 대처하지 못한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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