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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김영하 새 소설집…"지난 7년간 내 삶도 둘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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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오직 두 사람'

연합뉴스

김영하 [문학동네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교정을 보며 이렇게 다시 읽어보니 나 자신의 변화뿐 아니라 내가 살아온 이 시대도 함께 보이는 것만 같다."

김영하(49)는 새 소설집 '오직 두 사람'(문학동네)을 내면서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소설집에는 최근 7년 동안 쓴 중·장편 7편이 실렸는데 그 한가운데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있다. 그때를 분기점 삼아 작품 분위기가 둘로 갈린다.

2014년 겨울 발표한 '아이를 찾습니다'는 대형마트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부부의 이야기다. 윤석과 미라는 세 돌을 갓 지난 성민과 함께 모든 것을 잃는다.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집도 줄인다. 설상가상으로 미라는 정신분열증까지 앓는다. 하지만 아들만 찾으면 모든 게 되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11년이 지나 아들을 찾았다는 경찰의 연락이 온다. 성민을 유괴해 키우던 중년 여성은 자살하면서 친부모에게 데려다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문제는 그 여성을 엄마라고 믿고 중학생이 된 성민이었다. 친부모 집에 와서도 적응하지 못한 채 겉돈다.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내뱉는 미라와 벽돌을 들고 다니며 동네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일삼는 성민.

꿈에 그리던 아들을 되찾았지만 꿈꿨던 미래와 너무 다른 현실에 윤석은 절망한다. 이 작품으로 2015년 김유정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소감이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21세기문학 올 봄호에 실은 '신의 장난'에 와서 절망은 영원에 접어든다. 신입사원 연수에서 방을 탈출하라는 미션을 받고 진짜 갇혀버리는 네 남녀의 이야기다. 넷은 온갖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죽은 척하기로 한다. 누군가 보고 있다면 치우러 들어올 것이다. 그때가 기회다.

누운 채 잠든 정은은 자신들을 찾아온 경찰관을 보고 안도한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강호동이 나타나 미션 성공을 축하한다. 그러니까 경찰관의 등장과 방 탈출 성공은 꿈이었다. 잠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온 정은 앞에서는 세 남녀가 여전히 철문을 향해 몸을 날리거나 흐느끼고 있다. "그렇게 그들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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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이야기를 짐작게 하는 표제와 달리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상실이나 결핍 같은 부정적 정서다. '인생의 원점'에서 서진과 인아는 비록 내연관계지만 어린 시절 사랑을 되찾으며 서로의 원점을 찾는 듯하다. 그러나 서진은 자신의 뒤를 쫓는 정체 불명의 남자에게 시달린 끝에 인아를 잃는다.

"인생의 원점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 그런 정신적 사치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 그게 진짜 중요한 거야."(108쪽) 원점으로 여기던 애인을 잃고 나서, 살해 위협으로부터 제 목숨을 지켜냈다는 데 서진은 자부심마저 느낀다.

표제작 '오직 두 사람'에서 학원강사인 여성 화자는 아버지에게 기이한 방식으로 얽매여 온전한 제 삶을 살지 못한다. 작품들 중 발표순서가 가장 빠른 '옥수수와 나'는 "찌질하고 철없는" 작가의 좌충우돌 판타지로 읽힌다. 하지만 작중 작가 역시 창작의 희열을 잊어버린다. 소설집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삶의 동력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를 찾습니다' 이전과 이후는 자신을 위안하기 위한 연기를 하는지, 연기를 포기한 채 필사적으로 '그 이후'를 살아가는지에 따라 나뉜다. 작가는 "지난 칠 년간의 내 삶도 둘로 나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희극처럼 시작했으나 점점 무거워지면서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고 썼다. 272쪽. 1만3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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