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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꽃박사’가 만든 새로운 장미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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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개발 정원장미 첫 전시 앞둔 최지용 에버랜드 수석 인터뷰

한국일보

최지용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수석이 24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장미정원에서 자신이 개발한 장미들을 살펴보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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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박사’ 에버랜드 최지용씨

국내에 드문 국산장미 8종

올해 처음 땅에서 꽃 피워

“개발 4년 만에 공개 설레요”

화려한 꽃잎과 향기를 뽐내는 장미는 전 세계에 수천 종류가 존재한다. 국내에서 개발해 식물특허로 불리는 품종보호등록을 마친 장미도 885종이나 된다. 그런데 이중 대다수는 꽃다발용 ‘절화장미’로, 땅에 심은 뒤 키워 감상하는 ‘정원장미’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25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개막한 ‘장미축제’에서는 에버랜드가 자체 개발한 국산 정원장미 ‘에버랜드로즈(ER)’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 화분 상태로 첫 선을 보였던 5종(ER001~005)에다 최근 품종보호등록을 마친 3종(ER006~008)까지 총 8종의 장미들이 올해 처음 땅에서 꽃을 피웠다.

축제 개막 하루 전인 지난 24일 찾은 에버랜드 장미원. 장미 개발의 주역 최지용(45)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수석은 한시도 장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활짝 핀 장미 앞에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만 채 피지 못한 봉오리를 바라볼 때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는 “품종 개발을 시작한 게 2013년 6월이니 이 장미들은 꼭 4년 만에 첫 손님들을 맞는 셈”이라며 “관람객들이 어떻게 평가를 해줄지 떨린다”고 말했다.

농학박사인 최 수석은 2003년 에버랜드에 합류했지만 장미가 전공은 아니었다. 장미 개발에 뛰어든 건 오기 때문이었다. 그는 “장미축제 30주년 즈음인 2013년에 ‘국내 최초 장미원에 자체 개발한 장미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 나와서 내가 해보겠다고 나선 게 시작이었다”며 “기존 장미의 향기가 약해 이 참에 향기가 강한 품종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에게까지 큰소리를 친 최 수석이지만 부담감은 적지 않았다. 연구개발 인력은 자신을 포함해 단 둘뿐이었고 육종에 필요한 시설과 땅(포지)조차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교배종자를 만들면서 온실과 저온저장고 등을 짓고, 포지 준비까지 동시에 했다”며 “종자 1만5,000개를 둘이서 일일이 옮겨 심을 때는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약 9개월 뒤 종자가 처음 발아하며 한 고비를 넘겼다. 최 수석은 “아기가 태어난 것처럼 기뻤다”며 “매일 발아한 종자 개수를 셀 때의 즐거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산 정원장미 교배부터 품종보호등록 완료까지는 꼬박 3년이 걸렸다. 최 수석의 의도대로 향기를 극대화한 ER002, 병충해에 강하면서 향까지 좋은 ER005와 ER007이 탄생했다. ER005는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 등 각 품종마다 특성도 뚜렷하다. 그는 “장미는 보통 향기가 강하면 병충해에 약한 편인데 에버로즈는 향기가 세면서 병에도 강한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2년간 ‘인간식물관계학’을 공부한 최 수석은 “몰입하면 식물과의 교감도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식물 역시 사람처럼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생명체라는 걸 인지하고 잘 관찰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며 “식물을 기르며 같이 호흡하는 게 인간이 보다 인간다워지는 길이라는 것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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