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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여적]밥 쿠지와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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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1960년대 미국 프로농구(NBA) 무대를 뜨겁게 달궜던 전설적인 포인트가드가 있다. 밥 쿠지(1928~)다. 어릴 적 사고로 오른팔을 다친 쿠지는 한동안 왼팔만 쓸 수밖에 없었는데 이게 오히려 농구선수로는 크나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회복된 오른팔과 함께 양손을 자유자재로 쓰며 공을 다룰 수 있게 됐다. 농구선수로는 단신(185㎝)인 쿠지는 이 양손 기술로 덩치 큰 상대를 피할 비밀기술을 개발했다. 바로 ‘노 룩 패스(No look pass·시선의 반대방향으로 패스하는 기술)’다. 쿠지는 창의성 넘치는 패스 기술로 13시즌 동안 6955개의 어시스트(게임당 7.5개)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말해 ‘노 룩 패스’는 속임기술이다. 패스의 방향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수비수들은 시선의 반대방향으로 패스하는 쿠지의 몸동작에 번번이 속아 낭패감을 드러내기 일쑤였다. 주로 속공에서 이뤄지는 노 룩 패스는 전광석화 같은 덩크슛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 화려한 속임수에 관중은 열광한다. 노 룩 패스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선수는 역시 1980년대 LA 레이커스의 전설적인 스타 매직 존슨이었다. 얼마나 화려했는지 본래 이름인 ‘어빈’ 대신 ‘매직(마술)’ 존슨이라 불렸다. 이 스포츠 용어가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23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김포공항 입국장을 나오면서 수행원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캐리어를 밀어 전달한 장면을 본 사람들이 노 룩 패스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어떤 이들은 ‘노루 패스가 뭐냐’고 되묻기도 한다. 이 장면이 알려진 이후 ‘노 룩 패스의 신공(神攻)을 보여줬다’는 비아냥 속에 각종 패러디물이 넘쳐났다. 제주도에 수학여행을 온 어린 학생들이 자신들의 캐리어로 ‘노 룩 패스’ 하는 장난을 벌였다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

김 의원은 “수행원이 보여서 밀어준 것인데 내가 왜 해명해야 하나. 할 일이 없냐”고 외려 기자들을 타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노 룩 패스’를 보고 혀를 찬 시민들을 ‘할 일 없는 사람들’로 꾸짖은 것이다. 이에 즉각 권위주의가 몸에 밴 슈퍼갑질이니 뭐니 하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김무성 의원은 모르는 것 같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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