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떼 내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실적과 주가가 D램 반도체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D램-낸드-파운드리'로 이어지는 사업 다각화가 주가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3433억원을 출자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만들고 다음달 말 1716억원어치 파운드리 사업부를 양도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7월1일 공식 출범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다른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공급하는 사업이다. 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설계회사(팹리스)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생산 후 공급하는 방식이다. 제조업으로 치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유사한 개념이다.
증권업계는 이 같은 파운드리 사업의 특성에서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분사 배경을 찾는다. 생산업체에 설계도를 넘겨야 하는 만큼 제품 특징은 물론 향후 제품 구상까지 드러나는 점은 고객사의 부담이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시켜 고객사의 부담을 덜어주고 그에 따른 고객사 확보와 매출 신장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매출 3917억원으로 전체의 2.3% 수준인 파운드리 사업을 독립 경영하며 다른 사업부와의 정보공유 논란을 해소하고 덩치를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시스템LSI 사업부 내 팀으로 운영하던 파운드리 사업을 부서로 승격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IoT(사물인터넷)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추려면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분사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증시 반응도 우호적이다.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분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6일 이후 주가가 한 달 새 4%가량 올랐다. 지난 10일 장중 주당 5만8100원으로 신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상장이래 주가가 5만원 후반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DDR3 4G 국제 시세는 2.89달러에서 2.84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D램에 치중한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에 D램 가격과 주가가 연동되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인수전 참여와 72단 3D 낸드 플래시 개발 등 3D 낸드 사업부 강화 움직임과 더불어 파운드리 사업부 강화 소식이 주가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8인치 장비를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점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파운드리 특성상 사업기밀을 건네야 하는 고객사의 부담이 있다"며 "분사 직후 파운드리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뱡향성을 옳게 설정한 만큼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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