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공이 뒤로 날아간 것은 단순 실수 아냐…'과실치상죄' 될 수도]
운동 경기를 하다 보면,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들 가운데 일부는 그것이 '경기 중'에 발생됐다는 이유로 용인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경기 중의 사고를 범죄로 보지 않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판단한 대법원 사례(2008도6940)가 있다.
A씨는 지인들과 함께 골프장에 갔다. 골프 경기가 한창이던 그 때, A씨는 왼쪽 발이 뒤로 빠진 채 골프공을 치다 공을 등 뒤로 날리는 실수를 했다. 당시 스윙을 하던 A씨의 등 뒤쪽 약 8m 지점에는 경기보조원(캐디) B씨가 서 있었고, 날아간 골프공은 B씨의 아랫배를 강타했다.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쓰러진 B씨는 복부 통증이 계속되자 다음날 병원을 찾았고, 원래 허리 통증이 있었던 것에 더해져 요추부염좌 및 추간판탈출증 진단까지 받았다. B씨는 그 후에도 한 달에 걸쳐 요각통과 허리뼈 염좌 등으로 한의원과 정형외과 진료를 받아야 했다.
B씨는 A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A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골프채로 공을 치는 골프 경기에서 공에 맞는 사고는 충분이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A씨에게는 과실이 없다는 A씨 측 변호사의 주장과, 과실로 볼만한 사고였다는 검찰 측의 주장이 맞섰다.
대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A씨에게 과실로 다른 사람의 신체에 상해를 입힌 것이라는 점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골프와 같은 개인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 규칙을 준수하고 주위를 살펴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골프를 치는 사람들의 주의의무를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골프장 캐디에게도 이런 주의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 역시 날아오는 공에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골프 경기를 하는 사람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고가 다 그 사람의 책임은 아니라고 봤다.
일반적으로 운동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이 경기규칙을 준수하는 중에 또는 그 경기의 성격상 당연히 예상되는 정도의 경미한 규칙위반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상해하는 결과를 발생시켰고, 그것이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행위라면 과실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법원이 A씨를 과실치상죄 유죄로 본 것은 골프공을 등 뒤편으로 나가게 스윙을 한 것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공을 앞이 아닌 뒤로 날아가게 한 것은 일반적으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실수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 판단의 이유였다.
◇ 판례 팁 = 과실치사죄는 크게 일반 과실치사죄(형법 제267조)와 업무상 과실치사죄(형법 제26조) 2가지 종류로 나뉜다. 일반 과실치사죄의 경우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반해,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업무자'라는 신분과 업무 중에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많은 주의를 요한다는 점에서 업무상인 경우 처벌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다.
위 사례는 가해자인 A씨가 골프 경기를 업(業)으로 하던 사람이 아니라 운동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는 점에서 일반 과실치사죄가 적용됐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66조(과실치상)
①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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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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