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 부회장/사진제공=LG그룹 |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이 25일 구 회장을 대신해 처음으로 그룹 임원 세미나를 주재했다.
지난해 12월 그룹 인사에서 구 부회장이 주요 경영현안을 맡기로 한 것과 맞물려 LG그룹의 '포스트 구본무' 시대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이 ㈜LG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 중요사업 현안에서 손을 떼진 않았다"면서도 "올해부터 구 부회장이 전반적인 그룹 운영을 살피고 주요 회의를 주관하기로 한 결정의 연장선에 있는 조치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임원 세미나가 분기마다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7~8월 3분기 임원 세미나도 구 부회장이 주재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매년 6월과 11월 열리는 전략보고회와 업적보고회도 구 부회장이 주재하게 된다.
그룹 내 계열사의 반기 실적과 경영계획을 보고하고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결정하는 핵심회의를 주재한다는 것은 사실상 그룹 실무를 구 부회장이 챙긴다는 의미다.
LG그룹의 4세 승계 과정에서 구 부회장이 '징검다리' 역할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구 부회장은 1951년생으로 올해 만 72세인 구 회장보다 6살 아래다. 구 회장은 부친인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만 70세였던 1995년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구 부회장의 역할 확대에는 구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룹의 사활이 달린 자동차부품 전장사업과 에너지솔루션 등 신성장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구 부회장의 경험과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게 구 회장의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구 회장이 1995년 회장직을 물려받아 그룹을 이끈 동안 구 부회장은 전자·화학·반도체·디스플레이·상사 등 주요 계열사를 거치면서 그룹 내 결단의 순간이나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 리더십을 발휘했다.
구 부회장이 이날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나선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구 부회장은 "사업 환경과 기술의 변화 양상을 직시하고 우리 사업이 지향해야 할 모습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철저하게 시장과 경쟁의 관점에서 부족한 부분을 냉철하게 살피고 어떻게 이를 조속히 강화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쟁도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며 "사업 방식과 경쟁의 양상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쟁우위 기반이 뿌리채 흔들릴 수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지난 1월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도 "사업환경, 특히 경쟁 국면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게 변하는 사운데 과거의 성공과 그 방식에 얽매여 스스로 혁신하지 못한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며 "사업의 근간인 R&D(연구개발)와 제조 부문이 중심이 돼 제품 차별화와 생산 효율화를 이루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다른 그룹과 달리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한 편"이라며 "4세 승계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구 부회장이 그룹 차원의 새로운 먹거리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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