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벤처 인증을 받지 못하고, 4차 산업혁명과 맞닿은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등 실질적인 신기술·신사업의 혁신형 기업이 대거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연간 1000곳이 넘는 신규 벤처기업의 90% 이상은 '기술평가 보증 및 기술평가 대출' 요건에 따라 벤처인증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평가 보증 및 기술평가 대출은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실시한 보증이나 대출을 받은 기업이다. 이 같은 벤처기업 인증은 2000년대 초반 70% 수준에서 점차 상승해 사실상 현재 벤처기업 3만3600여 곳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벤처업계에서는 보증·대출이 인증을 받기 쉽지만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거나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사를 가보면 '여기가 벤처기업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낙후된 소규모 일반제조업체로 벤처기업인증을 받고 있다"며 "이런 '무늬만 벤처'인 곳은 벤처기업인증위원회가 설립되면 빠르게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전면 개편하려는 벤처인증제 추진안에 따르면 올해 안에 새로 만들어질 위원회에 7~9명의 벤처전문가가 참여해 기업을 세부적으로 평가하고 인증하게 된다. 벤처의 기본정신인 고위험·고수익, 높은 연구개발투자비율 등 혁신성을 기반으로 한 평가를 한다는 얘기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벤처기업의 업종을 보면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으로 생각되는 정보·소프트웨어 기업은 20%도 되지 않고, 일반제조업이 70%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왜곡돼 있다"며 "엄격히 검증하고 인증할 경우 수년 내 벤처기업은 현행 3만3600여 개에서 1만개 수준으로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위해 적은 수의 기업을 집중 육성해 소형벤처기업이 글로벌 히든챔피언이 되도록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벤처확인제 개편에 찬성하는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4월 정책건의에서 '벤처기업 확인제도의 효용성 제고'를 제안했다. 벤처 확인을 받은 기업에 세제, 인력, 판로, 자금, 특허, 입지 등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정작 해당 인센티브를 체감하기 어려워서다. 가장 큰 혜택인 세제 지원의 경우 취득세 감면혜택이 2015년 1월부터 100% 전액 면제에서 75%로 축소됐고 기타 전기요금 할인혜택도 폐지됐다.
벤처기업협회는 정책건의를 통해 △벤처기업 확인 업무를 민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 벤처기업 본연의 신규성, 혁신성, 사업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벤처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벤처기업 전용 연구개발(R&D) 자금 5000억원을 조성해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벤처투자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벤처기업 전용 투자펀드 신설과 벤처투자 조합결성액 중 30% 정도를 벤처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기업 확인제도는 대기업의 대안적 성장기업군을 육성하고 경제전반의 혁신을 견인하며 고성장을 추구하는 기업군을 선발하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매출 규모, 신용도 등 기업 외형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가치와 역량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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