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신상·사진 등 언론 유출
영국 경찰, 추가 폭발물 발견
아베디 동생 “우린 IS 대원”
25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누군가 소리쳐 물었다. 트럼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미국을 향한 영국의 불신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벌어진 맨체스터 테러 관련 정보가 미국에서 잇따라 유출되고 있어서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나토 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하겠다고 했다. 테러 배후세력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 중인 영국 경찰은 사건 정보를 더 이상 미국과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
24일 뉴욕타임스는 폭탄 기폭장치와 범인이 맸던 배낭 조각 등 현장 사진을 내보냈다. 미국 정보당국이 영국으로부터 받은 기밀을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이 높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가디언에 “모든 경로를 통해 미국에 항의했다”면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도 미국 CBS와 NBC는 테러범이 22세 남성 살만 아베디라며 신상을 공개했다. 수사당국이 철저히 비밀에 부친 정보였다. 앰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은 “다른 곳에서 정보가 새면 짜증이 난다”면서 “우리 친구들에게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가 이스라엘에서 받은 정보를 러시아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토머스 샌더슨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영국과 이스라엘은 미국의 주요 정보원들”이라면서 “앞으로 그들은 미국과 정보를 공유해도 괜찮을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맨체스터 공격은 ‘외로운 늑대’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북아프리카 출신들의 테러 네트워크와 연결된 것일 수 있다. 수사당국도 이런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 경찰은 리비아계 테러범 아베디의 형을 포함해 남성 8명을 체포했다. 여성 1명도 체포했지만 조사 후 풀어줬다. 리비아 대테러부대는 트리폴리에 사는 아베디의 아버지와 남동생을 구금했다. 맨체스터 아레나에서는 또 다른 폭발물이 발견됐다. 경찰은 발견되지 않은 폭탄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드 장관은 24일 BBC 라디오 방송에서 “단독 범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BC는 리비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아베디의 동생 하심이 “‘나와 형 모두 IS 조직원이며 형은 테러 세부계획 전부를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아베디의 아버지 라마단이 1990년대에 알카에다와 연계된 극단주의 무장조직 리비아이슬람전사그룹(LIFG) 조직원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맨체스터 테러에 사용된 폭탄이 2015년 프랑스 파리나 2016년 벨기에 브뤼셀 테러에 쓰인 것과 같은 종류라는 분석도 나온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