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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종원 “한일 갈등은 정상…한국 미들파워 발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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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갈등이 있는 것은 정상이지만 관리가 중요

위안부 합의 일본은 따낸 성과라고 생각

북 미사일 일본 정권 과민반응에 사회 패닉

아베 개헌론 사회에 공명일으키지 못해

한국은 지역 안보 틀 만드는 노력 필요”


한겨레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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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한일관계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일본특사인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지난 17일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특사는 노무현 정부 때의 셔틀외교 복원을 제안했고, 아베 총리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 등 한일간에는 여러 난제가 있다. 35년간 일본 사회를 내부에서 들여다봐온 이종원(64) 일본 와세다대 교수에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 전망에 대해서 지난 23일 물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일본에도 특사가 다녀가는 등 관계 개선 노력이 있다. 앞으로 한일관계 전망은?

“외교관계는 회복되겠지만 마찰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도 투트랙 기조다. 셔틀외교도 한국에서 먼저 회복을 제의했다고 하니 통상적인 외교는 빠른 시일 내에 회복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역으로 일본이 강경하다. 이전에는 투트랙을 주로 이야기했던 것이 일본이었다. 이제는 일본이 위안부 합의를 입구에 놔두는 형국이다. (위안부 문제와) 보복 조처를 연결하고 있다. 소녀상과 통화 스와프도 연결하고 있다. 다만, 일본도 한국의 외교적 제안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공식방문이 거추장스러우면 셔틀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꼭 도쿄에 올 필요도 없고, 아베 신조 총리의 본거지인 야마구치현에 가도 좋다. 갈등을 유지하면서 다른 필요한 부분의 외교를 전개하는 모습이 될텐데 나는 그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본다.

한일관계에는 냉전기의 착시 현상이 있었다.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일종의 우호관계로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냉전기의 고정적인 구조가 아니다. 한일간의 이해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구조적인 갈등은 점차 증폭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중국에 대한 관계는 한일이 일치할 수 없다. 요는 어떻게 갈등을 관리하느냐다. 역사문제도 이전에는 덮어뒀는데 지금은 덮을 수가 없게된다. 사실 다른 나라와 관계도 그렇다. 미국과의 관계도 이전처럼 모든 것이 당연하고 100% 일치하고 그런 것이 아니다. 차이를 어떻게 관리 하느냐 문제다.

-위안부 합의의 해법과 관련해, 문희상 특사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제3의 길을 이야기했다. 이는 일본에 일종의 보충적 조처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한국이 제기하려고 하는 것은 합의 그 자체에 손을 댄다기보다 플러스 알파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큰 틀 안에서 플러스 알파가 있고, 거기에서 추가 조처, 추가 협의 등 외교적으로 여러가지 말을 만들 수 있다. 현재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관점에서 외교적으로 형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는데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다. 위안부 합의 그 자체를 놓고 지키느냐, 마느냐보다는 한일간의 새로운 관계를 위한 큰 틀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한일 파트너십 선언이 있었는데 그 후속이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베 총리나 일본사회 여론 동향을 보면 쉽지는 않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를 ‘따낸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압력을 가하는 게 주류가 되어 있다. 아베 총리는 장기집권을 목표로 하기 ?문에 우파에 힘을 싣고 있다. 개헌을 갑자기 던진 것은 자기가 계속할 수 있는 아젠다를 던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외교에서도 강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대상이 한국이고, 한국에 대해서는 양보를 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동기가 많다.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일본이 양보를 해야 할 정치적 외교적 동기가 현재는 없다. 그런데, 한국 외교는 사방이 막혀 있다. 외교가 막힌 부분에서는 대일외교도 힘을 못받는다. 다만, 북핵문제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를 재구축하고 중국과 협력하면서, 한반도 상황도 안정시킨다면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을 외교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시간을 두면서 하는 수 밖에 없다.”

-일본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과민반응이 많은 것다.

“정권이 과민반응을 하니까 사회도 패닉 비슷하게 되고 있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간 일본 대학생들이 학부모들의 우려 때문에 지난 4월16일 일시귀국한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 정부가 과민 반응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일본 전역을 사정권으로 둔 북한 미사일이 이전에는 노동미사일 뿐이었으나 지금은 북한 중거리 미사일이 다양화하면서 군사적 위협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또 하나는 미국의 관여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중국이 대두하고 있는 점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이 안보 태세를 소프트와 하드 양면에서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소프트는 헌법 개정 등의 문제고 하드는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론 같은 군사능력이다. 북한 문제가 일본이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지대지 미사일 항공모함 등을 가져야한다는 필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 이 때문에 최대한 위협을 실체 이상으로 과장하고 있다. 보통국가화를 추진하기 위한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면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핵 위협을 이야기하면서 적기지공격 능력 보유, 일본 납치 피해자 구출 등 (자신들이) 필요한 이야기를 다 하고 있다. 한국 유사시 재한 일본인 구출을 위해서 한국에 (자위대) 비행기를 보내면 어떻겠느냐, 등등 이전까지 한국의 반대로 못했던 것을 하려고 압력을 넣고 있다 세번째로는 보다 작은 것인데 북핵 문제에 대해 처음에는 미일이 밀접하게 협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미중협의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일본이 미중협력 체제에서 소외되는 느낌이 있다. 한국도 그런면에서는 예의주시할 필요있다. 한순간에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자국에 필요한 부분에서 언제든지 타협할 수 있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북미간 전격 타협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못을 박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강경태도를 보여서 존재감을 과시하하려는 것이다. 세계에서 북한 뉴스에 사회가 가장 과민반응하는 곳이 일본이다.”

-한일관계가 매우 악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렇게 악화된 배경은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것이 정확한 이야기일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 한국 이미지는 상승했으나, 지금은 엄청나게 내려왔다. 차별적이고 모멸적이고 배타적인 공기가 이전에는 인터넷 일부의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일상생활에도 침투해 있다. 아베 총리의 외교에도 문제가 있지만 일본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다. 아베 총리가 없더라도 이런 현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이 이전처럼 아시아에서 우월적인 위치가 아니라는 점, 중일관계는 역전되고 한국과도 거의 대등해진듯 보이는 힘의 변화에 대한 감정적 반발이 상당히 크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같은 큰 타격도 있었다. 사회전반적으로는 강한 일본에 대한 히스테릭한 집착이 많이 보인다. 스포츠라든지 강한 일본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많다. 내가 일본에 처음 온 30여년전에는 일본이 이렇게 스포츠에 열광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일 사회가 동질화되고 융합되는 부분도 많다. 한국 문화는 서브컬처처럼 여전히 일본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같은 사람한테도 두 가지 측면이 섞여 있다. 단순하지 않다.”

-아베 총리가 개헌을 추진하려 한다. 일본의 무장강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아베 총리가 제안한 2020년 개헌 목표의 (실현가능성은) 50대 50으로 본다.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에 손을 대는 것은 여론의 절반 가까이가 신중론이다. 보수층도 경제, 고용, 소자(저출산)고령화 등 해결할 문제가 많은데 헌법 개정으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많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서 역산을 해서 헌법 개정을 던지는데 일본 사회에서 공명을 일으키지는 못하는 듯 하다.

하지만 개헌은 외국에서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다만 일본이 동북아 평화에 어떻게 기여하느냐의 틀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국제정치적인 발상에서는 일본의 군사적인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틀을 생각해 볼수 있다. 유럽국가들이 독일에 대해 위협을 안느끼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틀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큰 틀에서 난폭해지지 않도록 제도가 되어 있으니 걱정을 안한다. 일본은 현실적 억제 요인이 미일동맹이다. 당장 개헌을 한다 해도 일본 독자 행동은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적대적인 일본을 원할 수 있다는지 하는 변수가 있다. 그런면에서는 한국이 지역의 안전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한국이 중국과도 안전보장, 러시아와도 전략적 협의하면서 어느 나라도 단독으로 나갈수 없도록 틀을 만드는 게 미들파워의 지혜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봐도 그런 방향성이 보인다. 다자라든지 지역적 글로벌한 다자 협의를 모색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성이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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