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이 지주회사 주식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이 임박한 가운데 시대 변화에 발맞춘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5.59포인트(1.10%) 오른 2342.93에 마감, 나흘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69억원, 2656억원을 순매수하며 장중 2343.72를 기록, 장중·장 마감 기준 신고가를 모두 새로 썼다.
지난 5월9일 대선일 이후 5월10일부터 이날까지 연기금(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지주사 및 지배구조 관련주가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개별종목 중에서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현대모비스(641억원)를 비롯해 SK 현대차 기아차가 순매수 3,4,7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밖에 CJ 두산 LG 한화도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리며 연기금의 지주사 관련주 '편식'이 드러났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김상조 교수를 지명했고, 이어 장하성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선명한 색깔을 드러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즉각 도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연기금이 선제적으로 시대 변화에 맞는 종목 매매에 나선 것이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한국법인 리서치헤드는 "문재인 정부 시대의 코스피를 견인할 세 가지 원동력은 확장적 재정정책과 수출 호조 그리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드라이브가 가속화되면 그 수혜는 장기간 저평가됐던 지주사 주식이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노무라는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적 할인 요인이었던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지주사 주식이 재평가되고 코스피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도 달라질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통과되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면 코스피에 적용할 수 있는 PER(주가수익비율)이 10배에서 12배로 확장되고, 이는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증시는 그간 지배구조와 낮은 배당 문제로 신흥국 증시 대비 최소 20%에서 50% 가량 저평가돼 있었다.
게다가 이날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5개월만에 처음으로 공식 채택한 기관투자가가 나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에 따르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인 'JKL파트너스'가 스튜어드십코드 채택을 결정했다.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가 아닌 사모펀드가 1호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 주체라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었다.
지난 15일 권영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에서 공적연금(GPIF)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먼저 채택하고 다른 기관투자가들이 따라온 것처럼 한국에서도 국민연금의 선제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채택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연내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이 예상되고 있으며 다른 자산운용사들의 채택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주요 기관 중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오는 11월, IBK투자증권이 내년 1분기 도입 예정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에게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무를 부여한 기본원칙으로 지난해 12월 국내 도입됐다. 기관 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대주주의 전횡을 차단하고 불투명한 경영을 견제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강제성은 없지만 코드 수용시 원칙의 이행여부를 공시하는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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