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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방송 환경과 쇼핑 패턴의 변화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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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스카이라이프가 특정 TV홈쇼핑과 T커머스 방송을 각각 2개 채널로 송출했다가 중단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회사 측은 서로 다른 홈쇼핑 채널을 연속 번호로 시청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실험 방송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정부 당국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확인했고, KT스카이라이프는 본지가 취재를 시작한 이후 업계 내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25일 낮 12시 실험 방송을 일괄 종료했다.

실험방송을 통해 KT스카이라이프는 2개 채널에서 발생하는 재핑(채널 전환)에 따른 홈쇼핑 진입 비율, 시청자 체류 시간 등을 파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채널에서 발생한 매출이 기반이다. 채널 수가 늘면 매출이 늘 것이고, 더 많은 송출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다.

KT스카이라이프는 소관 부처 협의 및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실험 방송을 진행, 법 위반 논란이 빚어졌다. 유료방송은 매년 정부에 채널 편성 변경을 위한 이용 약관을 신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건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지, 논란이 커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KT스카이라이프의 시도는 방송 시장의 환경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방송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 지상파 2~3개 채널만 운영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케이블에 인터넷(IP)TV까지 가세하면서 현재 채널은 수백개로 늘었다. 기술상으로는 채널 확대가 얼마든지 더 가능하다.

채널이 부족한 시대는 갔고 편성할 콘텐츠가 부족한 시대다. 채널은 넘쳐 나지만 콘텐츠가 빈약하다 보니 재핑을 하다 보면 같은 콘텐츠가 수도 없이 되풀이 방영된다. 특정 연예인이 같은 시간에 몇 개 채널에 동시 등장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이 같은 현실에서 과연 이번 스카이라이프의 시도를 기존의 법 테두리에서만 판단해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방송 환경과 쇼핑 패턴의 변화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봐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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