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 김진석 수석부지부장과 김병조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오후 2시쯤 울산시 남구 신정동 울산시의회 6층 건물 옥상에 올랐다. 이들은 ‘회사는 2조2000억 영업이익, 노동자는 20% 임금삭감 웬말이냐’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정몽준은 대박! 노동자는 쪽박!’ 등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농성을 벌였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사측과 해를 넘기면서까지 모두 88차례 2016년도 임·단협 교섭을 벌였지만, 사측의 불성실 교섭으로 어떤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구조조정 중단 등에 대해서도 분사를 강행하는 등 노조의 목소리를 교섭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정책기획실장은 “공무원 여러분이 업무를 보는데 어떤 방해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측이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해 (우리도) 하다 하다 안돼 이곳까지 온 것이고, 울산시와 울산시의회가 난항을 거듭하는 현대중공업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시의회 건물 옥상에서 25일 농성에 들어간 김진석 현대중공업 수석부지부장(왼쪽)과 김병조 정책기획실장이 시의회에서 농성을 벌이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백승목 기자 |
이들은 농성 장기화에 대비해 건물옥상에 간이 텐트를 치고, 열흘치 가량의 식수와 비상식량을 준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농성장으로 통하는 건물옥상의 일부 구간을 통제하면서 울산시의회 건물 바닥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구급차를 대기시키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앞서 백형록 노조지부장은 지난 18일부터 노조사무실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8일째 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백 지부장은 “현대중공업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연속 5분기 흑자로 2조2000억여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노사 교섭에서 기본급 20% 반납, 상여금 분할을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구조조정으로 이미 한달에 100만원에 달하는 임금삭감으로 고통받고 있는데도 기본급을 삭감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노조간부들이 25일 울산시의회 건물옥상에서 농성하면서 구조조정 반대와 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백승목 기자 |
이에대해 회사측은 이날 노조의 점거농성에 대한 입장을 내고 “일감부족으로 유휴인력이 5000여명에 이르는데, 사측이 임금반납을 통한 고용유지 제안을 했으나 노조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극단적 행동은 조선업 위기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은 만큼 농성을 해제하고 교섭에 복귀해 해결책을 찾아”고 덧붙였다.
한편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았지만, 금속노조의 정기 임금인상 요구액(15만4883원), 호봉승급분 적용시기(1월1일) 변경, 성과급 250%+α 등 7가지의 올해 임금협상요구안을 확정했다. 이에따라 노사는 지난해와 올해 2년치 임·단협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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