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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데이트 폭력 소재로 영페미니스트 목소리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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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2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 ‘다른 사람’

안정적 묘사와 문장 ‘사람들’과 경합

주제 향한 흔들림 없는 과감한 직구



한겨레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들이 22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여울, 서영인, 윤성희, 강영숙, 정홍수, 한창훈, 김별아, 황현산, 주원규.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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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에서는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장르소설이 급증했으며, 최근 일어난 사회적 격변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나 개성공단에 관련된 이야기도 나왔고, 범죄소설과 공상과학소설도 늘어났지만, 아직은 문학적 형상화나 구체적인 인물묘사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모두 8편의 본심작이 오른 가운데, 심사위원들 간의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오늘은 돼지 잡는 날>은 ‘돼지’의 상징이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 못해 아쉽지만,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은 요즘 가장 ‘핫한’ 소재인 데이트 폭력에 관한 강도 높은 문제제기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사람들>은 가장 안정적인 문체와 세련된 스토리 전개로 주목받았다. <폐쇄공간의 이어지는 출구>는 서사의 얼개가 훌륭하지만 ‘세상이 왜 점점 더 나빠지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만 있지 그 해답이 뚜렷이 드러나 있지 않아 아쉬웠다. <붉게 물든 그림 주워다>는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지만 인물의 주체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주인공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의 수동적인 산물로 그려져 있어 서사의 긴장감이 유지되지 않았다. <끝없는 지금>은 흥미로운 내용 전개가 주목을 끌었지만 인물들의 세계관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백으로 이루어진 한 사랑에 관한 우화들>은 아름다운 문장이 곳곳에 배치되어 주목을 끌지만 서사 전개가 느리고 주인공의 개성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바퀴의 전성시대>는 소시민의 삶을 진솔하게 담았지만 소품의 느낌이 강했다.

여덟 작품 중에서 <다른 사람>과 <사람들>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집중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 즉 인물과 스토리에 대한 작가의 선명한 장악력이었다. 아쉬운 점은 ‘적’과 ‘나’를 나누는 이분법적 세계관, 어딘가 인공적이고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인물묘사였다. <사람들>은 인물들이 지닌 구체적인 생명력과 안정적인 스토리 전개가 돋보였다. 그런데 이 생생한 묘사력과 서사의 안정성이 작품 후반에 가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 느낌을 주어 아쉬웠다. <다른 사람>의 뚜렷한 주제와 속도감 있는 스토리텔링이 장점으로 꼽힌다면, <사람들>은 생명감 넘치는 인물묘사와 설득력 높은 대화의 전개가 돋보였다.

<다른 사람>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와 함께 최근 급부상하는 뉴페미니스트 혹은 영페미니스트의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응모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과 사건에 대한 고도의 집중력 있는 묘사를 유지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향해 흔들림 없이 과감하게 직구를 던진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 간의 맹렬한 토론 끝에 투표를 거쳐 <다른 사람>이 제22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당선자를 비롯하여 한겨레문학상에 소중한 작품들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회(황현산 강영숙 김별아 서영인 윤성희 정여울 주원규 정홍수 한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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