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아이린 지구, 값싼 숙소에 여행객 증가
전용 호텔 등 들어서며 지역 상권도 변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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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본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거리'였던 오사카(大阪) 아이린 지구가 최근 저렴한 숙소를 찾아오는 외국인 여행객들로 인해 '심오한(profound) 변화'를 겪고 있다고 닛케이 아시안 리뷰가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의 영문판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지난 21일자에서 오사카 관광국 자료를 인용, 작년에 오사카를 찾은 외국인 여행객이 전년대비 31.4% 증가한 940만명으로 4년 연속 최고치를 갱신했다면서 "아이린 지구에서도 식당 메뉴를 외국어로 소개하는 등 늘어나는 여행객 수요를 맞추기 위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오사카시 서남부 니시나리(西成)구에 속하는 아이린 지구는 지난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시기에 시(市)에서 빈민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배포한 무상급식·무료숙박 쿠폰을 받기 위해 전국의 노숙자들이 몰려들면서 이른바 '노숙자 천국'으로 불렸던 곳이다.
당시 아이린 지구를 찾아온 노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시 당국이 예산 부족으로 무상복지 정책을 중단한 뒤에도 현지 빈 공장 건물 등을 개조해 만든 '쪽방'이나 판잣집 등 값싼 숙소에 머물며 일용직 노동일로 생계를 이어가게 됐고, 그 결과 이 지역은 '일본 최대의 슬럼가', '일본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가 됐다.
현재도 이 일대엔 2000엔(약 2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저렴한 숙소가 적지 않아 외국인 여행객들 중에서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자동판매기의 청량음료 가격만 보더라도 다른 지역 판매가의 절반에 못 미칠 정도로 물가가 싸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엔 외국인 여행객 전용 호텔이 현지에 문을 열었고, 숙박 외국인의 편의를 돕기 위해 직원 다수를 외국인으로 채용하거나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박업소도 늘고 있는 추세다.
새로 생긴 외국인 전용 호텔의 경우 하룻밤 숙박료가 1만엔(약 10만원) 남짓으로 기존 숙박업소들보다는 비싸지만, 이용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 외국인 여행객이 묵는 숙소 주변엔 라이브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재즈 바와 같은 형태의 술집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닛케이신문은 작년 6월 특집기사에서도 아이린 지구가 "외국인 여행자들의 정보교환 장소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최근 일본의 고급 호텔체인 '호시노(星野) 리조트'가 오는 2022년 개장을 목표로 아이린 지구에 600실 규모의 호텔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처럼 달라진 지역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오사카시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들이 애용해온 저가 숙박업소의 경우 1991년엔 220개소 이상이 영업을 했었지만, 현재는 70여곳 정도만 남아 있다.
시 당국은 일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취업지원센터도 내진 설계 기준에 맞추기 위한 재건축을 이유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15년째 살고 있다는 이토 타다시(伊藤忠)씨(68·여)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속했던 곳이 매년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음을 느낀다"며 "불과 몇 년 만에 이런 큰 변화가 생기니까 슬프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 수는 지난 13일 기준으로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1·4분기에만 전년 동기대비 14% 많은 653만명의 외국인이 일본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오는 2020년까지 연간 외국인 여행객 40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ys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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