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뢰 관계 돋보여...인맥, 정책 갖다 쓰고 이례적 특사 임명, 상황판까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검증된 서울시의 정책과 인물을 갖다 쓰고 싶다. 새로운 정부는 박원순 시장과 함께 운영해 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 시장과 만나 한 말이다. 소속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년간 야당 생활을 하는 동안 서울시는 2011년 박 시장의 당선 이후 민주당이 정책 개발ㆍ실험, 인재 등용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기관이었다. 게다가 정권 인수 절차도 없이 곧바로 국정에 임해야 하는 만큼 풍부한 행정경험을 쌓아온 서울시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실제 문 대통령은 취임 첫 인사로 지난 10일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등 서울시 출신 인사를 중용하고 있다. 이어 조현옥 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을 청와대 인사수석으로 발탁했고,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김수현 전 서울연구원장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ㆍ사회수석에 각각 임명했다.
이들은 모두 2011년 말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호흡하면서 '박원순표 시정'을 추진해 온 핵심 브레인들이다. 여기에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맡아 서울의 도시 재생ㆍ주거 정책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변창흠 세종대 교수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서울시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 합류한 이들은 서울시에서 시험ㆍ검증된 다양한 정책들을 국가 차원으로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SNS 계정에 글을 올려 이들이 '박원순맨'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며 정책을 먼저 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정책을 봐 달라. 서울시에서 나와 함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며 좋은 정책을 만들어 온 사람"이라며 "서울시정의 경험과 노하우가 새 정부의 동력이 될 것이다. 경제, 복지, 노동 등 시민의 삶과 밀착해 만들어낸 서울형 모델은 대한민국으로 확장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이 24일 공개한 청와대 위민관 내 집무실의 일자리 상황판도 서울시 따라하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박 시장이 취임 직후 서울시청사내 집무실에 설치했던 부채·채무 상황판, 최근 설치 중인 서울시청 디지털 시민 시장실 상황판 영상시스템과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 21일부터 5박6일간의 일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사 자격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순방하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특사 임명은 흔치 않은 일로 청와대는 박 시장이 도시외교를 적극 전개해 동남아 지역에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보다는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의 정치적 신뢰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의 3선 도전과 그 이후의 정치행보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벌써 나온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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