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속담이다. 한국에서 말썽꾸러기들을 놀려줄 때 흔히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놀리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북유럽이나 북미에서의 “황새가 아이를 물어온다”는 말은 황새와 인간의 공생 관계를 설명한다. “황새가 살만한 곳이라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다”라는 것이다. 캐나다의 ‘황새 경주’가 황새들의 경주가 아닌 “아이를 많이 낳은 사람에게 포상을 하는 아이낳기 경쟁”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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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는 키 110cm 정도로 양쪽 날개를 펴면 그 길이가 2m나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때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며 논이나 습지의 개구리, 미꾸라지, 우렁이, 붕어 등을 먹고 살았다. 북유럽에도 19세기까지 주택가 지붕이나 굴뚝에 둥지를 틀고, 인간과 함께 어울려 살았다.
황새는 ‘인류 환경’의 지표적 조류인 것이다. 황새가 살만한 곳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었고,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면 황새가 살 수 있었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황새공원 인근 들판에서 지난해 야생 방사된 황새 한마리가 날고 있다. 예산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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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함께 어울려 살던 황새가 언제나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때로 인간이 열심히 경작한 논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했다.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풍년제’ 행사 중에 하나로 ‘황새 사냥’을 벌이기도 했다. 조선의 10대왕 연산군은 1506년 “각 지방의 황새를 잡아 올려 씨를 없애라”라고 명령했다. 일제강정기 때 일본은 황새의 서식지인 솔나무 군락지를 모두 쓸어버리기도 했다. 목재와 송진 채취를 위해서였다.
이제 황새는 한국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희귀한 새가 됐다. 낙동강 하류나 전남 해남, 제주도를 찾는 겨울 철새가 되었다.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로 보호하고 있다.
LG상록재단이 충남 예산군 광시면 관음리에 설치한 인공둥지탑에서 부화한 새끼 2마리를 어미가 품고 있다. |
파괴된 황새 생태계 복원을 위한 움직임이 최근 일고 있다.
‘황새쌀’이 있다.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연구를 하는 LG상록재단과 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의 ‘한반도 황새 복원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두 기관은 인간과 황새가 함께 살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그 시도로 황새를 논에 방사해 친환경적으로 경작하는 ‘황새 농법’을 창안했다.
LG상록재단은 이를 위해 2014년부터 충남 예산군 일대에 황새가 쉽게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인공 둥지탑 8개와 인공 횃대를 세웠다. 방사장 5개도 조성했다. 그 결과 인공 둥지탑 11개 중 3곳에서 한국 황새 세쌍이 둥지를 트는 데 성공했다. 황새 야생번식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는 7마리가 부화에 성공했고 알 4개가 산란 중이다. 올해에는 7개의 인공둥지탑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충남 예산군 황새공원에서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된 황새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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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복원이 “아이를 물어준다”는 서양의 속담처럼 ‘인구 절벽’에 처한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 줄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사는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기대를 갖기게 충분하다.
세계적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이 늘 ‘3개의 꺼진 촛불’과 ‘하나의 켜진 촛불’ 그림이 그려진 그림 엽서에 사연을 적어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환경운동가들에게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꺼진 촛불은 평화, 믿음, 사랑이다. 켜진 촛불은 희망이다. 많지는 않더라도 황새의 부화가 계속되는 한 희망은 살아있고 인류는 좀더 살만한 공간을 더 갖게 되는 것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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