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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영미 안보협력 '파열음'…맨체스터 테러정보 美언론에 '줄줄'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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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英총리, 트럼프 대통령에 항의 예정

연합뉴스

팝스타 콘서트 열리던 맨체스터 아레나서 폭탄 테러 발생
[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22명의 사망자를 불러온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자살폭탄 테러의 여파가 영국과 미국의 안보 전선에도 미치고 있다.

테러에 쓰인 폭탄 사진 등 극히 민감한 수사 정보가 미 언론에 줄줄 새나가자 영국 정보·수사당국 내에서는 "과연 미국을 믿고 기밀을 공유할 수 있느냐"는 회의감과 분노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이를 공식적으로 항의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범인의 신원을 밝힐 경우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22일 테러 발생 후 민감한 수사 정보를 내놓지 않았다. 이에 공감한 영국 언론도 자신들이 취재한 테러 관련 정보를 제한적으로 보도하면서 수사에 협조했다.

문제는 미국 언론에서 쏟아져 나온 테러 관련 뉴스였다.

테러 발생 다음 날인 23일 CBS, NBC 등 미 언론들은 앞다퉈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자살폭탄 테러의 범인이 '22세 살람 아베디'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두 시간 이상 남겨둔 때였다. 이후 맨체스터 테러의 면면을 보여주는 상세한 보도가 미 언론에서 쏟아져 나왔다.

결정적으로 24일 뉴욕타임스(NYT)는 폭탄 파편, 범인이 맨 배낭 조각, 피 묻은 폭탄 뇌관, 폭탄 배터리 등 생생한 테러 현장 사진을 보도했다. 정보·수사당국 고위관계자가 아니면 파악할 수 없는 극비 정보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NBC방송은 영국 정부가 현장에서 발견된 은행 카드와, CCTV에 찍힌 영상을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로 분석한 결과 등을 통해 어떻게 살람 아베디의 신원을 확인했는지 상세하게 보도했다. 이번 사건의 배후가 된 테러 네트워크 등 최신 수사 정보도 공개됐다.

연합뉴스

영국 최고단계 테러경보…"추가테러 임박"
(런던 AP=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격분했다.

영국 경찰서장협의회는 즉시 성명을 내고 "맨체스터 테러 수사와 관련된 증거 등이 허가받지 않은 채 미 언론에 보도된 것은 영국 경찰의 수사에 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희생자들과 증인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NYT 사진 등) 이러한 이미지들은 희생자와 그 가족, 시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미국 측에 모든 경로를 통해 항의했다.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이 총리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공식적으로 항의할 예정이다.

FT는 이번 정보 유출이 오랜 기간 이뤄져 온 영국과 미국의 정보 공유 기반을 무너뜨리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영국 정보당국이 미국에 맨체스터 테러 정보 등을 포함한 극비 정보를 제공할 때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앰버 루드 영국 내무장관은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더는 영국이 제공한 민감한 수사 정보를 언론에 유출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미국 측에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FT는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밀 유출 등으로 불안해진 동맹국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미국 측의 더욱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전했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유로 얻은 '이슬람국가'(IS) 테러정보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흘려 언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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