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올해 실업률 22년만에 최저
국내 대형마트 의무휴업 영향 3년새 3만개 일자리 사라져
복합쇼핑몰 1개 생기면 새 일자리 5000개 창출
간접고용 효과 수만명 혜택…출점제한 풀고 정책지원 절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첫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후보 시절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10대 공약 가운데 1순위 역시 일자리(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였다. 당시 공약집에는 "일자리 확대, 국민께 드리는 최고의 선물입니다"라는 제목이 붙었다.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도 설치했다. 상황판에는 고용률과 취업자수, 실업률, 청년실업률 등의 지표와 함께 취업유발계수와 취업자 증감, 창업 등 일자리 창출 관련 지표가 표시된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저성장 기조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로 초토화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새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일자리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가계 소득을 높이고, 소비를 촉진해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면 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져 경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른바 '소득주도 경제성장' 전략이다.
이 같은 성장론의 선결조건은 민간부문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다. 수십년간 국가재정을 쏟아붓는 공공부문이 아닌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단계적으로 근로자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통 서비스 업종의 경우 단기간이 고용효과가 큰 만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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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넘쳐나는 日=올해 1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5% 성장했다. 5분기 연속 성장이다. 이는 2005년 1분기부터 이듬해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성장한 후 11년 만에 기록한 최장 기간 성과다. 일자리 담론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아베 총리의 취임 이후 일본 경제는 빠르게 일자리가 늘면서 '잃어버린 20년'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났다.
아베 총리가 취임 초반부터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근간인 통화 확장과 재정확대, 구조개혁 등 이른바 '세 가지 화살'을 쏘며 함께 추진한 정책이 일자리 창출과 임금인상이다.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대신 일자리에 대한 투자를 압박했다. 그 결과 일본의 실업률은 올해 3월 기준 2.8%로 22년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유효구인배율은 1.45배로 1990년 11월 이후 26년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는 145개나 된다는 의미다.
특히 도쿄에선 구직자를 찾지 못해 식당들이 24시간 영업을 포기할 정도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채용을 대폭 늘렸고, 이제는 구인난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지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재정확대와 함께 규제 완화를 통해 경기부양을 시키며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어난 사례"라며 "공공부분 일자리는 공약대로 늘리돼 일본처럼 고용의 유연성을 확대해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합쇼핑몰 1개당 5000개 신규 일자리 창출=유통업계는 민간부문에서 고용 효과가 가장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1만5000명의 종업원이 증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부터 '고용창출 우수기업'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이 1개가 들어설 때마다 5000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났다. 1조원을 투자해 지난해 9월에 오픈한 스타필드 하남은 오픈 이후 5000여명의 직접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했다. 특히 투자 및 공사가 진행되면서 파급된 간접고용 효과는 약 3만4000명으로 보고 있다.
전국 55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백화점은 한 점포당 대형점은 5000명, 중소형점 2000~3000명, 아웃렛 1000명 등 총 8만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롯데의 유통 14개 계열사에서만 정규직 등 직접고용 인원만 4만4000명, 백화점과 마트, 하이마트 등 파트너사의 간접고용 인원까지 합하면 15만명에 이른다.
◆규제의 덫에 잃어버린 일자리=정부의 기치와 달리 현실은 정반대다. 유통 규제로 인해 일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전경련이 2012년 대형 마트 의무휴업을 도입한 이후 3년을 맞아 일자리에 미친 효과를 조사한 결과 3만1248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 |
전통시장 매출 증가로 전통시장에서 6910개의 일자리가 늘어나지만 대형 마트에서 2만8459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유통산업에서 총 2만1549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협력업체 등 연관산업 매출감소에 의해 사라지는 일자리는 9699개에 달했다. 당시 보고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의해 3만1247개의 일자리가 단시간에 감소하지는 않지만 신규채용 인원의 축소로 장기적인 일자리 감소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유통규제로 잃어버린 일자리도 부지기수다. 부천점 출점을 준비하던 신세계백화점은 지역상인들의 반발로 지난 19일 부천시와의 계약 체결을 연기했는데, 당시 '신세계백화점 부천점 사업 추진 이행 계획서'에는 백화점 직접 고용 포함, 1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또 신세계는 지역상권 반발을 사고 있는 이마트타운 연산점 역시 당초 500명의 고용창출보다 더욱 늘린 1000명의 직접고용을 약속하고 있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최근 밝힌 올해 채용인원 1만5000명과 비슷한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하나인 복합쇼핑몰 출점 제한규제는 새 정부의 최우선 공약인 일자리 창출과 역행한다"면서 "유통기업도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동참하고, 정부는 규제보다는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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