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기본소득제, 소요 재원 더 많고 악영향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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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기본소득제 도입시 소득에 따라 지원 정도를 달리하는 방식이 불평등 완화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편적 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기존보다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발간한 '기본소득제가 소득재분배와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 설계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4가지 유형의 기본소득제를 한국에 도입할 경우를 가정해 그 영향을 분석했다.
기본소득제는 소득별로 지원정도를 달리하는 음소득제(NIT, Negative Income Tax)와 소득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지원하는 보편적 소득제(UBI, Universal Basic Income)로 나뉜다.
한경연은 음소득제의 경우 미국 경제학자인 프리드먼, 토빈이 각각 주창한 방식을 토대로 분석했다. 토빈의 방식은 근로유인을 높이기 위해 두 방식 모두 면세점(과세하지 않는 기준점) 소득 이상 가구에 세제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다.
보편적 소득제는 미국 기업연구가인 머레이가 제안한 방식과 스페인의 기본소득제를 바탕으로 도입시 예상되는 영향을 분석했다. 머레이 방식은 21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스페인 방식은 18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한경연 분석 결과 음소득제는 한국에 도입했을 때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반면 보편적 소득제는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에 프리드먼과 토빈의 음소득제를 도입하면 지니계수(소득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수치,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가 각각 3.8%, 0.9%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보편적 소득제의 경우 머레이의 방식과 스페인 방식이 도입되면 지니계수가 각각 2.9%, 0.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보편적 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실업자수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프리드먼과 토빈의 음소득제가 시행되면 실업자수가 5000명, 2만1000명 증가하는데 반해 머레이와 스페인의 보편적 소득제의 경우 실업자수가 5만5000명, 6만명 늘어날 것으로 한경연은 예측했다.
GDP(국내총생산)에 끼칠 영향을 살펴보면 토빈의 음소득제는 0.41% 증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프리드먼과 머레이, 스페인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될 경우 GDP가 각각 0.18%, 5.07%, 2.4%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고도 노동의 행태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소득재분배가 크게 개선될 수 있지만 노동의 역유인 효과를 고려하면 소득재분배는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며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 경제성장이 둔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상 소요 재원은 보편적 소득제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스페인 방식은 341.5조원, 머레이 방식은 266.4조원이 필요한 반면 프리드면 방식은 75.9조원, 토빈 방식은 50.6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조 실장은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고 현행 복지제도의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기본소득제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다만 제도 설계방식에 따라 재원이 과도하게 소요될 수 있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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