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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문재인 정부 들어서자 울고 싶은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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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점 강행하자니 눈치 보이고 규모 줄이면 적자 뻔하고 정규직 전환 부담까지”… 전 업태 전방위 압박에 ‘첩첩산중’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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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유통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유통업 규제 강화가 예고되면서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 대형 사업이 줄줄이 무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소상공인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주택가에서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에 대한 규제 목소리를 높이면서 전업태에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규제 전방위 압박 =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수차례 골목상권과 지역상공인 보호를 강조한 바 있다. 또 대형 유통업체의 복합쇼핑몰 건립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유통업계의 우려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되고,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임명되면서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두 진보학자는 평소 재벌개혁과 소상공인 보호 등에 앞장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소상공인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을 규탄하며 정부의 대형 유통업계에 대한 전방위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복합쇼핑몰 규제안을 포함한 23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도 유력시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기존 유통채널의 성장 한계에 봉착한 유통업계는 최근 몇 년 새 복합쇼핑몰, 아웃렛 건립을 추진해왔으나 이제 이마저도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워졌다. 실제 유통업계는 새 정부 들어 대형 매장 출점 계획에 전면 제동이 걸리고 있다. 롯데의 상암 복합쇼핑몰과 신세계의 광주·부천 복합시설물 등이 대표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사업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내부에서 흘러나올 정도다.

한 유통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애초 계획보다 규모를 줄여 복합시설물을 지으면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차라리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어서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바람 촉각, 무기계약직 변수 = 유통업계의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가운데 최근 인천공항공사를 시작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바람이 거세지면서 고용 부담도 커질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개사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개사의 정규직은 올 1분기 기준 12만3131명, 비정규직은 4230명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3.3%에 그쳐 수치상으로는 높지 않다. 신세계와 이마트 등 일부 기업이 수년 전부터 직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통계상 정규직으로 분류되지만 승진이나 임금 인상 등의 기회에서 차별을 받는 무기계약직이다. 대형마트 캐셔(계산원)를 비롯해 유통업체가 직접 고용하지 않은 주차, 보안, 미화 등의 용역사원 등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이어서 1주일에 40시간 이상 근무해도 월급은 150만 원 안팎이다.

최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씨티은행이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하면서 정부의 일자리 개선 방향이 무기계약직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유통업계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유통기업 6개사의 무기계약직을 비정규직에 포함하면 비정규직 비중은 19.7%로 20%에 육박하는 수준이 된다.

가령 무기계약직이 9063명으로 가장 많은 롯데마트가 정규직 전환을 통해 월급을 30만 원만 인상해도 월 27억 원, 1년이면 326억 원의 인건비가 추가 지출된다. 경기침체와 경쟁 과열로 2015~16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롯데마트의 수익 정상화는 더욱 멀어진다.

롯데그룹은 유통계열사 5000명을 비롯한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 명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통 대기업들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일자리 창출 확대 등 새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으로 복합쇼핑몰 입지 및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이 시행되면 사업 여건이 더 어려워지는데 여기에다 고용비용까지 높아지면로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대형 유통업 규제보다 골목상권 경쟁력 제고 우선 = 유통업계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전통시장 방문자가 백화점·대형마트의 휴무일보다 영업일에 오히려 더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사단법인 E컨슈머(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가 2016년 9월부터 지난 9일까지 서울 광장시장 등 5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주변 1㎞ 안팎에 대형마트·백화점이 있는지와 영업·휴일 사항을 중심으로 실제 방문자 수를 비교한 결과다.

주변에 대형마트가 있는 광주 양동시장은 대형마트 영업일 하루 방문객이 4250명으로 대형마트 휴무일 방문자 3758명보다 많았다. 청주 육거리시장 역시 대형마트 영업일 방문자가 5494명으로 휴무일 방문자 5269명을 웃돌았다. 백화점의 경우에도 이러한 조사 결과는 모든 전통시장에서 백화점 휴무일(월 1회)보다 영업일에 전통시장 방문 소비자가 더 많이 나타났다.

E컨슈머는 “통계적으로 대형마트·백화점 휴무는 전통시장 방문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통업계의 상생 발전과 소비자 효용 측면에서의 유통업 규제에 대한 소비자 평가·인식조사가 더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투데이/조남호 기자(spdra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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