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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청와대 ‘적자생존’ 사라지나…朴 무너뜨린 ‘적자생존’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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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는 ‘적자생존’이 사라질까.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취임 후 첫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한다. 박근혜 청와대에선 ‘대통령 보좌관’ 직책이 없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참모와 함께 하는 회의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줄여서 ‘대수비’)로 불렀다. 하지만 문재인 청와대에는 수석급인 경제보좌관과 과학기술보좌관도 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로 명칭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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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기 전에 원탁 테이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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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끄는 건 문 대통령의 회의 주재 스타일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 진행 방식을 ‘3무(無) 회의’로 규정했다. 이 관계자는 “받아쓰기 없고, 결론을 미리 내려 놓기 없고, 계급장 없이 그냥 막 (토론)하는 것”이라며 “주제만 있기 때문에 결론이 어디로 갈지 전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청와대의 ‘3무 회의’는 박근혜 청와대의 풍경과 차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를 주재할 때 참석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적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선 ‘적는 사람이 산다’는 의미로 ‘적자생존’이라는 씁쓸한 얘기가 나왔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도 열심히 적는 모습을 보인 반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적지 않은 모습이 포착되면서 김 전 실장이 ‘왕실장’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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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할 때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적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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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설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적자생존’ 문화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다시피 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경제수석 시절 적어놓은 수첩 내용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중요한 증거로 채택된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 앞에서도 유일하게 받아적는 시늉을 하지 않아도 됐던 김기춘 전 실장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수첩에 적어놓은 내용 때문에 역시 법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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