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대들. 출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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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고진아 기자 = 24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로이터통신과 ABC뉴스 등의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시위를 주도한 노동계는 부패 정치인의 증언을 막기 위해 기업인을 만나 뇌물 제공을 협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테메르 대통령 퇴진과 현재 추진 중인 연금·노동 개혁 중단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전 시내 마네 가힌샤 축구경기장 근처에 모여 집회를 하고 나서 연방정부 청사를 거쳐 연방의회로 행진하려다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막았고,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하다가 연방정부 청사에 불을 지르고 공공시설물을 파괴했다.
테메르 대통령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20년간 예산지출 규모를 실질적으로 동결하는 고강도 긴축 조치를 지난해 마련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연금·노동 개혁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노동계는 연금·노동 개혁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지고 있으며 테메르 대통령 정부와 의회가 기업의 이익에만 충실하다고 비난했다.
여론도 연금·노동 개혁에 대해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금 개혁에 대해 71%가 반대했다. 찬성은 23%에 그쳤다. 노동법 개정에 대해서도 여론 반응은 차갑다. 노동법 개정으로 기업과 기업인이 주로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답변은 64%에 달했다. 근로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답변은 21%였다. 또 응답자의 58%는 노동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권리가 축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브라질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톨릭계도 테메르 대통령 퇴진 주장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 가톨릭주교협의회(CNBB)의 사무총장인 동 레오나르두 울리히 스테이네르 신부는 이날 “테메르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윤리적 기반을 상실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협의회는 그동안 테메르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노동 개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스테이네르 신부는 “연금·노동 개혁이 시민의 기초적인 권리를 제쳐놓은 채 시장의 요구에만 맞춰 추진돼서는 안 된다”면서 “개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시민사회가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물론 우파 연립정권 내부에서도 테메르 대통령이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이 속한 브라질민주운동당(PMDB)과 함께 우파 연정의 중심축을 이루는 브라질사회민주당(PSDB)과 민주당(DEM) 지도부는 ‘포스트 테메르’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테메르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대통령 직접선거를 강력하게 요구하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형 육류 수출업체 JBS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에게 입막음용 금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고, 이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 자신은 사임을 거부하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정국혼란을 해결하려면 테메르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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