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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새정부 일자리 정책 경영계 첫 공식 반응…“비정규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기업에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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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29명…“용역은 비정규직 아니다”

-아웃소싱은 기업 경쟁력 확보 위해 반드시 필요

-대기업 강성 노동운동이 과도한 임금 상승 초래

-간접고용 문제는 노사 고통 분담 원칙으로 접근해야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영배 부회장이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는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경영계가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부 비정규직 정책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1호 업무지시로 국가일자리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일자리 상황판’이 대통령 집무실에 세워지는 등 관련 정책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정책 대상자의 반발은 성과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도 귀를 기울여야하는 부분이다. 경총은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책자까지 만들어 새정부 일자리 정책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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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정규직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아니다 =김 부회장이 최근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 정책에서 시작돼 민간기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정규직화 요구는 비정규직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한다.

즉 간호조무사, 집배원, 학교급식 보조원 등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이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엄연한 협력업체의 ‘정규직’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이들은 이미 정규직이므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인천공항공사 직원을 분류할 때에도 비정규직 근로자는 29명에 불과하며, 파견ㆍ용역 등 소속 외 인력이 6903명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협력업체 정규직 근로자들의 요구는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편승한 것으로 중소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경총의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는 644만4000명으로 임금근로자 중 32.8%에 이르고 있지만, 노동계에서는 ‘상용 정규직 근로자가 아니면 모두 비정규직이다’는 주장에 따라 임금근로자의 44.5%가 비정규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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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심 업무 외부에 맡기는 ‘아웃소싱’은 세계적 추세 =경총에서는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주장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걸림돌로 주장한다. 주력 사업이 아닌 업무의 경우 외부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전세계적인 흐름인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규직ㆍ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은 사회 전체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독일의 경우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서 사내도급이 두루 활용되고 있으며, 그 비중 역시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그 중에서도 BMW의 경우 라이프치히 공장의 외부노동력 비율이 5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내도급근로자 수도 2006년 400명에서 2013년 2200명으로 증가했다.

경총 측에서는 “업종별 특성에 따라서 사내도급을 활용하는 것이 기업 경영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이것은 외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이미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으로 외국 기업과 대등한 경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웃소싱 활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은 기업경영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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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해법은 대기업 노사 고통 분담을 바탕해야 =경총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안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대기업 중심의 강성 노동운동이 과도한 임금상승을 초래했고,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는 주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300인 이상 기업의 연간임금총액 수준은 6135만원이었지만, 300인 미만 기업의 경우 3581만원에 그쳤다. 즉 300인 미만 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들의 58.5%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일본보다 월등히 낮은 GDP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오히려 더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이제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임금안정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이 지속된다면, 기업규모나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비정규직, 간접고용 문제의 해법은 대기업 노사의 고통분담을 바탕으로 한 배려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며,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같은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게 되면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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