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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문자 한통에 날아간 30대의 절반…난 소모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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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뉴스쇼

- 소속만 바뀌고 4년간 같은 업무
- IBS-카이스트 상대기관에 책임 미뤄
- '나는 소모품'…회의감에 우울증까지
- 비정규직 제로시대? 희망고문 아니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자로 계약 종료 통보받은 김모 씨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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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 민간으로까지 확대시키겠다'. 새 정부의 공약입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갈 길이 참 멀어 보이죠. 현행기간제법을 보면 비정규직 직원이 2년 이상 근무를 하게 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인정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정규직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회사 그리 많지 않죠. 사용자 측에서는 각종 꼼수를 써가면서 비정규직의 신분이 바뀌는 걸 막고 있는데요. 이런 일이 얼마나 다양한 업종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를 오늘 만나볼까 합니다. 이분은 대학에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다가 한 통의 문자로 계약 종료를 통보받은 분입니다. 이분 익명으로 연결을 해 보죠. 나와계십니까?

◆ 김모 씨>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안녕하세요. 문자로 계약종료를 통보받았다. 이게 언제 일어난 일입니까?

◆ 김모 씨> 제가 교수님으로부터 해고 통보 문자를 받은 건 2017년 2월 10일날이었어요.



◇ 김현정> 대학에서 어떤 일을 하셨어요?

◆ 김모 씨> 저는 연구단 내에서 행정업무를 수행했어요.

◇ 김현정> 행정업무. 얼마나 오래 일하신 거죠, 그러면?

◆ 김모 씨> 2012년 12월부터 그 해고 문자 받은 17년 2월 10일까지 대략 4년 조금 넘게 일했어요. 2년은 IBS(기초과학연구원)에서 일을 했고.

◇ 김현정> IBS라면 기초과학연구원 소속으로.

◆ 김모 씨> 그리고 2년은 카이스트에서 (4년 동안) 같은 교수님 밑에서 같은 업무를 했습니다.

◇ 김현정> 4년 동안 같은 교수님 밑에서 같은 일을 했는데 소속이 중간에 한 번 바뀐 거군요.

◆ 김모 씨> 네네.

◇ 김현정> 2년 후에 같은 일하는데 소속이 바뀔 때는 뭐라고 설명을 하면서 그렇게 바꿨나요?

◆ 김모 씨> 업무는 같은 거니까. 기존에 하던 업무와 전혀 변함이 없으니까 특별히 걱정할 건 없고 그냥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고. 평상시와 다를 바가 전혀 없어서 이제 저로서도 특별히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그런 점이 없었어요.

◇ 김현정>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카이스트로 소속 바뀌면서는 2년 후에 내가 이렇게 계약이 종료가 자동으로 되는구나라는 걸 모르셨어요?

◆ 김모 씨> 네, 그걸 미리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게. 기초과학연구원은 비교적 상대적으로 2년이 지나고 바로 계약 종료를 시켰지만 카이스트 같은 경우는 2년 이상 근무, 그러니까 초과해서 근무하기가 좀 수월한 환경이었어요. 제가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고용계약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어요.

◇ 김현정> 2년 이상 지나면 거기는 정규직으로 법에 따라서 많이 돌려줬다는 얘기인가요?

◆ 김모 씨> 아니요, 솔직히 그런 건 아니고.

◇ 김현정> 그런 건 아니고.

◆ 김모 씨> 그냥 이것도 어떻게 보면 또 다른 꼼수일 수 있는데 이렇게 퇴직을 했다가 다시 또 입사를 한다든지 아니면 또 활용하는 교수님을 바꾼다든지. (카이스트) 여기는 비교적 또 나름의 그 융통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좋게 말하면?

◇ 김현정> 그것도 사실은 부당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내가 뭔가 계속 직업을 가지고 이곳에서 일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용계약서 2년짜리에 또 도장 찍으신 거군요?

◆ 김모 씨>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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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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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그런데 2년이 지났는데 그 꼼수조차 이번에는 안 통한 겁니까. 제안이 안 된 겁니까?

◆ 김모 씨> 처음에는 그냥 이제 평상시랑 다를 바 없이. 그러니까 작년 2016년 12월 17일부였던 것 같은데요. 그때가 제가 이제 2년이 되는 날이었어요. 그날도 마찬가지고 그다음 주도 마찬가지고 계속 출근을 해서 일을 하면서, 물론 담당 교수님하고는 이야기가 다 됐고. 그분께서 이제 제 인건비를 책임지고 계시니까 저는 그분 허락이 떨어지면 계속 일을 할 수가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계약서 내용이 달라지는 게 전혀 없고 기간만 바꿔서 적어왔기 때문에 일하는 장소도 같고 하는 업무도 같으니까.

◇ 김현정> 또 며칠 지나서 쓰라고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신 거예요?

◆ 김모 씨> 네, 그리고 이번에도 당연히 지난 4년 동안 문제가 없었으니까 또 물론 소속을 바꾼 것도 계약 연장의 일환으로 봤거든요, 저는. 그래서 이번에도 문제가 없겠다, 당연히. 그러고 계속 일을 하고 있었어요. 한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인사팀에서) 일단은 자진 퇴사를 하는데 사직서를 쓰고 나갔다가 6개월 정도 실업급여를 받고 쉬면서 지내다가 다시 입사를 하면 우리가 막지 않겠다, 이런 조건을 제시해 왔어요, 저한테.

제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죠.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게 생겼는데 6개월을 그냥 수긍하고 나갈 수가 없어서 이유를 알아보다가 이유가 딱히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럼 6개월이 아니라 오히려 이제 텀을 좀 줄여주면 어떻겠느냐 쪽으로 교수님하고 저는 인사팀을 설득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먹히지가 않았어요.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들으시는 분 중에 어쨌든 계약서에 계약기간 2년 사인한 건 당사자 아니냐, 그리고 지금 계약기간이 만료된 뒤에 어쨌든 계약이 종료된 거지 중간에 부당해고를 한 것도 아닌데 법적으로는 따질 부분이 없지 않느냐 혹은 본인이 어떤 업무 능력이 좀 기대에 못 미쳐서 더 이상 채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 김모 씨> 저 같은 경우는 근무하는 기간 동안에 근무평가를 모두 100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고요.

◇ 김현정> 근무평가.

◆ 김모 씨> 네, 같이 일하던 직원이 퇴직하고 후임을 뽑는 동안에도 공백이 길었는데 제가 그 공백도 혼자서 메웠고. 그리고 그 후임으로 뽑아놓은 직원이 이제 공석이 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연구단 저 혼자 거의 지키다시피 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룹구성원들하고도 굉장히 잘 지냈고 사실 신뢰감이 두터웠다고 생각을 하는 게 그 인사팀으로부터 6개월 퇴직이랄지 이런 제안을 받았을 그 무렵에도 그리고 또 해고 문자를 받았을 그 무렵에도 정말 이제 많은 동료들이 또 애써줬어요.

그리고 또 정말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분명 저는 지난 4년 동안 IBS 기초과학연구원하고 카이스트, 두 기관에서 두 기관이 시키는 업무를 그냥 충실히 계속해 왔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카이스트는 저를 IBS 업무를 시키기 위해서 뽑은 직원이라고 지금 주장을 하고 있고요. IBS 같은 경우는 그 앞서 근무한 2년 이후로는 저의 존재를 아예 몰랐다. 그저 카이스트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서로 상대 기관에 지금 저를 미루고 있어요.

◇ 김현정> 서로 상대기관이 책임질 사람이지,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뭐 이런 식으로 핑퐁공이 된 것처럼?

◆ 김모 씨> 그렇죠. 저는 진짜 4년 동안 누구를 위해서 애써 일을 했는지 진짜 회의감이 들고 굉장히 혼란스럽죠.

◇ 김현정> 보니까 카이스트의 입장은 근로계약이 종료돼서 그냥 종료된 것뿐이지 계약기간 중에 해고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 이 입장이고. IBS, 그러니까 기초과학연구원에서도 2014년에 이미 떠난 직원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더군요?

◆ 김모 씨> 네, 제가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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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내역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더 매정한 건 계약 종료 통보도 문자 한통으로 통보를 받았다. 이게,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 김모 씨> (그 전에 인사팀에서 수신자가 꼭 저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기간제 직원 모두에게 보내는 형식적인 이메일을 받긴했지만) 계속 같이 근무했던 교수님께서 그만 나오라는 문자를 보내셨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마지막 통보 문자는 결국 교수님이 보내셨겠군요, 예.

◆ 김모 씨> 문자가 이제 '오늘부로 정리하신 걸로 알고 있겠어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어떤 분하고도 상의를 마쳤어요' 이렇게 왔어요.

◇ 김현정> 그래서 거기다가 뭐라고 답장 쓰셨어요?

◆ 김모 씨> 저는 '교수님, 저는 지금 직장을 그만둘 생각이 없습니다. 부디 다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이렇게.

◇ 김현정> 사정하셨군요. 지금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김모 씨> 서른다섯이요.

◇ 김현정> 내 일이다, 내 직장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몸 바쳤던 직장에서 이런 문자 받으셨을 때 심정이 어떠셨어요?

◆ 김모 씨> 그냥 다 잃어버린 기분이었거든요. 억장이 무너진다고 하잖아요. 30대 절반을 이곳에서 보냈고 그리고 제가 이 연구단의 초창기 멤버로서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했거든요. (인력이 없어서) 야근, 또 주말근무도 되게 많았거든요. 그런데 초과근무수당도 저는 한 번도 신청을 한 적이 없어요.

◇ 김현정> 왜 안 하셨어요? 해도 되는 건데, 법적으로는.

◆ 김모 씨> 그게 해도 되지만 조금… 이제… 미운털 박히면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저로서는. 그래서 그게 권리여도 저로서는 눈치를 보게 되고 사실 직접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그 분위기였던 적이 되게 많았어요.

◇ 김현정> 왜 안 그렇겠습니까.

◆ 김모 씨> 그리고 제 일이니까 소명감을 갖고 일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해고 문자 받고 나니까 제가 딱 드는 생각이 아, 나는 그동안 소모품이었구나. 그냥 그 회의감이 확 밀려들고 제가 갑자기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우울증이 오고 평상시에 제가 그렇게 딱히 아팠던 곳이 없는데 이상하게 몸 여기저기가 갑자기 막 아파오면서 굉장히 좀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 김현정> 아이고,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이제 서른다섯에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할 계획이세요?

◆ 김모 씨> 일단 제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상태라서 복직을 하라는 판결이 나면 당연히 복직을 해서 다시 열심히 또 일을 해야죠.

◇ 김현정> 그게 만약 안 되면. 만약의 경우에?

◆ 김모 씨> 또… 알아봐야겠죠, 다른 곳을.

◇ 김현정> 알겠습니다. 사실은 비정규직법의 취지는 좋았는데, 지금 사실은 이럴 바에는 차라리 그 법 없었으면 좋았겠다, 이런 생각까지 드시는 거예요?

◆ 김모 씨> 그렇죠. 없었으면 좋았는데. 그러니까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 이렇게 악용되고 변질되고 이렇게 되고 보니까. 이제는 또 어떤 다른 법을 만들어도 그 법을 변질시키고 악용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또 나올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게 없기 위해서는 일단 같이 일을 한 동료들이나 그 직원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그 인식부터 정말 고쳐야 (하고) 비정규직 제로시대라는 그 문재인 대통령 말씀이 정말이지 이제 또 다른 희망고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형적인 형태를 만들어내는 제도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하는 그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부당해고 구제 신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저희한테 꼭 좀 알려주세요. 전달하겠습니다.

◆ 김모 씨>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김모 씨>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네, 문자 한 통으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은 한 비정규직의 얘기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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