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여대 좀비PC로 ‘청부 디도스 공격’ 일당 검거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해 8만여대의 ‘좀비 PC’를 확보한 뒤 ‘청부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을 벌인 일당이 검거됐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인터넷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가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한모씨(22)와 조모씨(26)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에게 공격을 의뢰한 전모씨(25)와 이모씨(27)는 불구속 입건했다.

한씨는 지난 1월부터 토렌트 등 파일공유 사이트를 통해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해 컴퓨터 8만1976대를 ‘좀비 PC’로 만든 뒤 불법도박 사이트를 7회 걸쳐 디도스 공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다른 사람 명의로 서버를 임차하고 인터넷 도박 관련 카카오톡 채팅창에 ‘디도스 공격을 해준다’고 광고해 고객을 모집했다.

전씨와 이씨는 도박사이트에서 1000만원 가량을 받지 못했다며 조씨를 통해 한씨에게 공격을 의뢰했다. 한씨는 시간당 10만원을 받고 디도스 공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는 고등학생 때인 2012년 4·11 총선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디도스 공격하는 등 비슷한 전력으로 여러번 적발돼 실형을 살기도 했다.

한씨는 최신영화로 위장한 파일에 악성 프로그램을 심어 유포하는 방법을 썼다. 파일을 내려받아 실행하면 동영상은 재생되지 않고 ‘금융기관 보안로그 수집기’로 위장된 악성코드가 해당 PC에 설치된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기관을 사칭해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진화하는 한 사례”라며 “미리 좀비 PC를 다수 확보한 뒤 ‘불법 벤처사업’ 형태로 디도스 공격을 활용할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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