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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자기합리화는 정말 나쁠까? 좌절, 분노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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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우와 신포도’라는 아주 유명한 이솝 우화가 있다.

여우가 나무 위에 먹음직스럽게 열려 있는 포도를 키가 닿지 않아 먹을 수 없게 되자 결국 먹기를 포기하고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먹을 수 없는 것일 거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었다는 이야기다.

그냥 포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합리화라는 방법을 통해 좌절감이나 화가 스스로를 공격할 여지를 차단시켜버린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합리화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시험을 못 본 학생은 ‘문제가 작년보다 너무 어려웠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찌개를 먹을까 냉면을 먹을까 고민하다 찌개를 선택했는데 맛이 없었다면 ‘오늘 감기기운이 있어서 차가운 냉면을 먹었다면 감기가 심해졌을 거야’라고 애써 긍정적인 결론을 낸다.

이처럼 자기합리화는 상대방을 설득할 필요 없는 지극히 간편한 방어기제이다. 때문에 반복적이고 저항할 수 없는 상처 앞에서 무조건 자책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멋지게 합리화해서 내 삶을 변호하는 것이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최근 발간된 <자기합리화의 힘>이라는 책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이승민 저자는 그간 부도덕한 자기변명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자기합리화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했다.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는 것이 내 잘못일 수 없는 것처럼, 합리화는 나를 위한 합당한 보호막이자 방패이며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치유의 방편이라는 것이다.

이승민 저자는 안나 프로이트가 정의한 20여 가지의 방어기제와 하버드대학 조지 베일런트가 성숙도를 기준으로 분류한 층위별 방어법 등 다양한 개념을 통해 공격과 방어의 패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키워왔던 감정적인 스트레스의 원인과 개선 방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나의 성향과 성격에 맞는, 내가 지향하는 성향의 나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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