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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정근식 “AI 교과서 예산 일부 조정 가능···급식실 개선 추경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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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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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17일 취임 후 다음날 가장 먼저 보고 받은 것은 2025년도 예산안이었다. 학령 인구 감소로 교육 예산이 감축·조정의 주된 타깃이 되는 사례가 많아지는 반면, 내년도 고교 무상교육 예산 부담과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돈을 쓸 곳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취임 한 달을 맞아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사에서 만난 정 교육감은 “예산 조정이 가장 어려운 업무 같다”고 했다. 그는 AI 교과서 도입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학습 격차 해소를 낙관할 근거가 부족하다. 내년 1학기까지 수업을 준비하기 촉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3503억원 줄어든 10조8102억이 편성됐다. 긴축재정 기조, 세수감소 등의 영향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맡았던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내년부턴 17개 시도교육청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국가(47.5%)와 시도교육청(47.5%), 광역시도(5%)가 분담하고 있는데, 재정 분담 비율을 규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4조가 올해 일몰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전년 대비 9386억원 감액해 사실상 정부 지원이 어렵게 됐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AI 교과서 등 교육정책 예산을 시 교육청에서도 편성해야 해 재량이 많지 않다고도 했다. 정 교육감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정부안대로 일단 구독료 등 예산 256억원을 편성해놨다”고 했다. 내년 초·중·고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도입되는 AI 교과서 예산 중 17개 시도교육청은 구독료, 기기 구입비 등 6000억원 가량을 부담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용 스마트 기기인 ‘디벗’(디지털+벗) 예산만으로 1650억원을 편성했다. 정 교육감은 “내년 AI 교과서가 도입되지 않는 초등 5~6학년에 배정된 디벗 예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당선 전부터 ‘신중 검토’ 입장을 보인 AI 교과서에 대해 정 교육감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AI 교과서 자체가 공개가 안 돼 있어서 구체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며 “국회에서 AI 교과서가 법령상 교과서인지 논쟁이 있어서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달에 AI 교과서가 공개되면 다음달 1학기까지 남은 시간이 3개월뿐이라 준비하기에 촉박한 상황”며 “아무리 교과서라도 선생님들이 쓰지 않겠다고 하면 (교육청이) 강제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당선 전부터 교육 격차 해소를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는 AI 교과서가 교육 격차를 줄인다는 교육부 주장을 두고 “기술의 효과는 중립적”이라며 “디지털 기기가 학습 격차 줄인다는 것은 희망 섞인 가설일 뿐이고 낙관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교육 격차 해소 정책으로 기초학력 진단·증진을 강조하면서도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보면 서울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결코 나쁘지 않고 평균적으로는 점차 상승하는 측면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학생들 사이 문화·예술적 측면에서의 격차를 언급하며 “문화·예술적 감수성 지수를 어떤 데이터로 만들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취임 이후 예산 조정과 함께 “학교의 종류가 다양하고 각각의 학교가 처한 사정과 문제가 제각기 다른 점”을 생소하고 까다로운 업무로 꼽았다. 당선 직후 “‘강남 3구’ 학부모의 걱정을 확실히 덜어드리겠다”고 한 정 교육감은 “앞으로 강남 3구 지역 학교에 자주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올해 국제중 입학 경쟁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사실을 두고 “영어를 잘하려는 학생들의 지원이 늘어난 측면도 있겠지만, 원래 영어를 잘했던 학생들이 지원하는 경우 등 경쟁률 상승의 여러 요인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자사고 존치 여부에 대해선 “정부가 자사고 유지로 기조를 정했다”며 “정부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시 주는 인센티브 15억원을 올해부터 없앴지만 저희는 10억원 정도의 인센티브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시교육청 차원에서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의 성적 지향을 존중한다는 조항과 관련해 선거 전 “‘성적 지향 존중’을 삭제해야 한다는 보수 의견도 들어볼 의사가 있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정 교육감은 “성적 지향을 근거로 차별하지 않는 게 글로벌 기준”이라며 “조금 더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규범을 우리가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 교육감은 18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에 나와 학생인권조례의 존치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지켜주실 거죠?”라는 박강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질의에 “대법원 판단에 따르겠다”고 했다.


☞ 서울시교육청, 급식실 환기 개선예산 76% 삭감···급식노동자 건강 직격탄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411031625011



☞ 서울시, 내년 AI 교과서 전면도입 할 듯 “예산 모두 편성”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41101171700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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