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의 감산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가 25일(현지시간) 디데이(D-Day)를 맞았다.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5개국으로 구성된 공동 각료감시위원회(JMMC)는 총회를 하루 앞둔 2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장일치로 내년 3월까지 9개월 감산 합의 연장을 권고했다. 산유국들은 해당 권고안을 바탕으로 총회에서 감산 9개월 연장 여부를 확정짓게 된다.
이미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OPEC 최대 산유국 러시아가 내년 3월까지 감산을 연장하기로 합의하고,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산유국들도 감상 연장 지지를 잇달아 선언하면서 이번 회동에서 감산 연장 합의가 도출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됐다. 이에 배럴당 45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도 OPEC 정기총회에 대한 기대감에 50달러선을 회복했다.
앞서 OPEC 회원국을 포함해 러시아 등 비OPEC 회원 24개국은 지난해 12월 말 일일 생산량을 올 1월부터 6월까지 18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2014년까지 100달러를 훌쩍 넘었던 유가가 공급과잉 여파에 30달러대로 추락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원유시장의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3년 전인 2014년 6월 배럴당 115달러대였다. 하지만 같은해 연말 반 토막이 났고 급기야 2016년 1월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지며 28달러까지 추락했다. 산유국의 감산 합의에도 국제유가는 극적으로 오르지 않았다. 합의 직후 8% 급등했지만 배럴당 60달러 선은 넘지 못했다.
이번 회동에서 감산 연장에 대한 뜻이 모아진다고 해도 이들 산유국이 원하는 국제유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 셰일유의 부상으로 사우디를 주축으로 하는 OPEC의 시장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OPEC 회원국의 입김보다 미국의 원유재고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다. 헤지펀드 CQS의 마이클 힌체 설립자는 “현실은 미국이 시장의 키를 쥔 산유국이 됐다는 점이다”이라면서 “사우디가 유가 급락으로 재정난에 부딪히게 되면서 더는 원유시장에 제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OPEC이 이번 총회에서 단순한 감산 연장을 넘어서 감축량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OPEC 회원국의 일일 감산량(120만 배럴)을 240만 배럴로 확대해야 원유 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앙숙관계인 사우디와 이란 등 감산 참여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감축량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들의 감산 약속이 안지켜서 이번에도 두고 봐야 한다는 경계론도 있다.
이들 산유국이 이번 회동에서 감축량을 더 늘린다고 해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회계연도부터 향후 10년간에 걸쳐 전략비축유(SPR)의 절반 이상을 매각하는 방침이 담긴 예산안을 발표한 까닭이다. 비축유를 매각해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의회 관문을 통과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가뜩이나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가 OPEC의 감산 효과를 상쇄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러한 전략은 OPEC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시장은 그래도 이번 OPEC 회동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글로벌 원유 재고를 줄이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가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올리버 제이콥 페트로매트릭스의 컨설턴트는 “현재까지 그들이 ‘무엇이든 하겠다’라는 말에 걸맞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면서 “물론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이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감축량이) 적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김나은 기자(better68@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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