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상에서 꽃을 접하려는 움직임이 다양해졌지만 우리가 알고 즐기는 꽃은 한정적이다.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모양까지 알고나면 연인이 된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처럼 꽃에 대해 가까이하고 알아갈수록 우리 일상도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어떤 꽃을 어떤 시기에 어떻게 즐기는 것이 좋을까.
/이미지 사이트 프리큐레이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인이 좋아하는 꽃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장미이다. 2016년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한국인 좋아하는 자연'에서 꽃 항목 1위는 장미로 20년째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뒤를 국화, 코스모스, 안개꽃, 백합이 잇고 있다. 꽃에 대한 선호도는 꽃 실거래 순위로 이어진다. 해마다 at화훼공판장에서 발표하는 2015년 화훼공판장 연보에 따르면 절화류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꽃 역시 장미이고 국화가 2위이다. 인테리어와 데코레이션, 부케용으로 자주 쓰이는 카네이션, 리시안사스, 거베라, 백합이 거래상위 6품목을 채우고 있다.
월별 사야하는 꽃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양한 품종 개발과 재배 방식의 발전으로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을 즐길 수 있는 요즘이지만 개화와 유통시기를 정확하게 알면 제철 꽃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제철 꽃은 다른 꽃에 비해 훨씬 꽃의 상태도 훨씬 좋다. 또한 색감 역시 계절과 어울리는 것들이 많아 그때 마다 계절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
꽃 카페
꽃을 구입하지 않고도 제철 꽃과 식물을 곁에 두고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커피 등 음료를 마시는 카페와 꽃을 파는 꽃집의 개념을 합친 플라워 카페는 카페의 컨셉과 인테리어, 메뉴 구성까지 '꽃'이라는 특성을 살렸다.
/꽃과 식물이 어우러져 있는 카페 '두 플라워&카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더화원' 내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플라워 카페는 대부분 그 계절에 나는 꽃으로 인테리어를 바꾸기 때문에 차를 마시면서 제철 꽃과 평소에는 자주 보지 못하는 다양한 꽃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꽃은 드라이 플라워. 가게에 따라서는 안개꽃·수국과 같은 생화부터 생화의 촉감과 생명력을 유지한 프리저브드 플라워까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꽃들을 선보인다. 음료와 디저트 역시 꽃향과 식용꽃을 활용해 꽃내음을 물씬 풍긴다. 바텐더처럼 손님에게 어울리는 맞춤 꽃을 즉석에서 만들어 주거나 음료와 함께 꽃을 서빙해주는 곳도 있다. 꽃꽂이 등 꽃과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드라이 플라워
꽃을 오래 즐기는 가장 흔한 방법은 드라이 플라워(dry flower, 말린 꽃)이다. 생화를 건조시켜 보관한 꽃인 드라이 플라워는 크게 자연건조와 인공건조로 나뉜다. 계절에 상관없이 꽃의 모양과 색을 오래 감상할 수 있고, 인테리어 효과도 커 고대 이집트 때부터 즐겨왔다.
모든 꽃을 드라이 플라워로 만들 수는 있지만 수분이 많고 크기가 큰 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크기가 크면 곰팡이가 끼거나 꽃을 말렸을 때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부피와 모양 변화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흰색이나 붉은색 꽃은 색이 갈색이나 검붉은 색으로 변할 수 있다. 섬유질이 많아 단단하고 크기가 작으면서 노랑, 분홍, 보라색처럼 건조 후 색깔 변화가 적은 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장 간단히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연건조이다.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2주 정도 거꾸로 매달아 말리면 된다. 꽃을 빨리 말려야 할 때는 인공건조 방법을 쓴다. 수분을 흡수하는 실리카겔을 용기에 꽃을 넣고 뚜껑을 닫아주면 닷새만에 드라이 플라워가 완성된다. 보통 꽃의 크기에 4배 정도 양을 넣으면 된다.프리저브드 플라워
꽃의 가장 아름다울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시킨 꽃으로 일명 '보존화', '보존된(preserved) 꽃'이라고 한다. 국내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개념이 생소하지만 최근 들어 꽃을 그 상태 그대로 오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드라이 플라워랑 비슷해 보이지만, 만드는 방법과 보존상태, 보존기간에서 차이점이 있다. 대부분 자연상태에서 차츰 건조시켜 형태와 크기가 변하는 드라이 플라워와 달리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싱싱한 생화에 특수 용액을 넣어 보존 처리하는 방법으로 만든다. 생화가 가장 아름다울 때의 모습을 오래 볼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1~3년 정도 생화의 느낌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압화
'누름꽃'이라고도 한다. 생화나 나뭇잎을 누르면서 건조시킨 꽃으로 주로 예전에는 식물의 표본을 만들기 위해 주로 사용된 방법이다. 특별한 도구가 없이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신문지나 습자지에 꽃을 끼어넣고 두꺼운 책을 올려놓은 후 3~4일 후에 꺼내보면 된다. 압화를 만들 때는 주로 꽃잎의 두께가 얇고 작은 꽃이 좋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창호지문을 바를 때 말린 나뭇잎이나 국화꽃잎 등을 넣어 문을 장식하기도 해왔다. 현재에도 각종 인테리어나 디자인 제품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압화는 카드, 책갈피, 그림 액자, 캔들에 활용돼 제품에 싱그러움을 불어넣는다.
꽃 구독
꽃을 기념일이나 시상식처럼 특별한 날에만 선물한다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2년전 '꾸까(kukka)'라는 꽃 브랜드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제철 맞은 꽃다발을 격주로 배달하면서 생겨난 꽃도 잡지처럼 구독한다는 개념이 생겼다.
/(왼쪽부터)꽃 구독 전문업체 키마(kimma), 꾸까(kukka)/ 플로잉3(floing3)의 구독 꽃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런 꽃집의 손님들은 남을 위한 선물용 꽃보다 자신의 집 식탁을 장식하거나 회사 책상에 놓을 용도로 자신을 위한 꽃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기념일이나 시상식처럼 특별한 날에만 꽃을 선물하는 문화가 일상 속에서 꽃을 쉽고 친근하게 즐기는 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 ▶기사 더보기
9900원(배송비 3000원 별도), 2만3900원, 3만2900원짜리 상품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배송은 제주도까지 전국으로 된다. 9900원짜리는 손바닥만 한 크기, 나머지는 웨딩부케 크기쯤 된다. 3만2900원짜리는 꽃이 좀 더 빽빽하게 구성돼 있다. 2년간 누적 고객 11만8000여 명 중 대부분이 일회성 구입보다 정기 배달을 택했다. 한 달 기준 3만~5만개의 꽃 상자가 배송된다.
5월 말~6월 초에는 가장 탐스럽고 싱그러운 작약과 해바라기가 꽃다발의 '얼굴'이다. 박소정 플로리스트는 "직장인들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란 의미를 담아 2주마다 사무실로 꽃을 배달받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군대 간 남자 친구가 자신을 기다리는 여자 친구에게, 자녀가 떨어져 사는 부모님께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기사 더보기
사람이라는 꽃 : 마리몬드
개인적으로 꽃을 즐기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꽃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원예 심리치료를 받던 위안부 할머니가 만든 멋진 압화 작품은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인권과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압화를 활용해 그림 '병화'를 만든 故심달연 할머니와 그녀의 작품 /마리몬드 홈페이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2012년 만들어진 회사 마리몬드(Marimond)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작품을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수익 대부분을 피해자들에게 기부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할머니들이 꽃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다. 할머니들의 심리치료를 위해 압화 활동을 시작했는데, 할머니들의 작품은 단순히 치료활동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작품에 가까운 것들이 많았다. 위안부 피해자가 아닌 예술가, 작품을 통해 평화메시지를 전하는 인권운동가였던 셈이다. 이런 압화 활동에 모티브를 얻어 마리몬드는 2010년 별세한 故 심달연 할머니의 작품 '병화'를 활용하여 스카프, 폰케이스, 에코백 등을 제작했다. 미스에이 수지 등이 할머니의 작품을 쓰기 시작하면서 브랜드의 인지도가 올라갔다.
어떤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는지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진다. 말괄량이로 아버지를 일찍 여읜 하상숙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제품엔 혼자서도 잘 자라나는 나팔꽃을, 5남매 중 넷째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귀향한 뒤엔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 사연을 담은 제품엔 병충해를 물리치는 노란색 마리골드를 그려넣는 식이다. 윤 대표는 이제껏 만난 할머니들이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들을 피해자로만 볼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기사 더보기
다시 피어내는 꽃 : FLRY
소외계층에 꽃 기부하는 김다인 FLRY 대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결혼식이 끝나고 텅빈 식장에 남겨진 꽃들을 본 적이 있는가. 파티는 끝났지만 아직 생기를 촉촉히 머금은 채 피어있는 꽃들을 다시 피우는 곳이 있다. 비영리단체 '비영리단체 FLRY(Flower Recycle이라는 의미)의 김다인 대표는 결혼식에서 식장을 꾸미는 데 활용됐던 꽃들을 볼 때마다 '저 꽃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녀의 호기심은 꽃 기부 활동으로 이어졌다. FLRY는 결혼식장 곳곳을 장식했던 꽃들을 수거해 재탄생시킨 후 소외층에 선물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꽃을 보기 쉽지 않은 분들에게 선물하면 결혼식의 의미와 기쁨도 훨씬 커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평균 34만 쌍이 결혼하면서 결혼식 때 몇 시간 사용하고 버려지는 꽃이 4억 2500만 송이에 달한다.
신랑신부들이 개별적으로 기부할 뿐 아니라 정동 프란치스코 수도원성당,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 주님의교회, 분당 할렐루야교회, 상암DMC 웨딩홀 등 결혼식장으로 쓰이는 곳에서 매주 고정으로 기부하기도 한다. "꽃을 받고 웃으시는 그분들을 보면 아마 생각이 달라지실 거예요. ‘누가 이런 할머니에게 꽃을 가져다주겠어. 돈 주고 살 생각은 상상도 못 했는데, 꽃을 보니 나도 젊어지는 것 같아’라면서 좋아하세요. 중증장애인들에게 꽃을 드렸을 때는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치고 좋아하셨습니다." ▶기사 더보기
'꽃길만 걷자', '꽃보다 OO' 표현처럼 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궁극의 아름다움, 더할나위 없이 최상으로 좋은 것들을 의미해왔다. 그래서 기념일이나 축하해야 할 날에는 행복함을 더하기 위해 꽃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꼭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꽃 한송이로 일상을 사장 행복한 날로 만들 수 있다. 오늘 집에 돌아가는 길, 꽃 한송이는 어떨까.
이미지 출처 : 이미지 사이트 PIXABAY, 한림식물원,
조선닷컴 DB, 꾸까·키마·플로잉3 업체 홈페이지
참고서적 : 꽃도감(꽃집에서 인기있는 꽃 421종). 편집부. 한스미디어
첫번째 드라이 플라워. 윤나래. 책밥
[구성=뉴스큐레이션팀]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