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의약품자판기 도입' 여당 '심드렁'…새 정부에서 표류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관련법안 수개월째 국회에서 낮잠…복지부도 미온적

뉴스1

수도권 약국에 임시로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화상투약기 모습.©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심야에 약사의 복약지도를 받으며 감기약과 소화제 같은 가정 상비약을 판매하는 화상투약기(의약품자판기)가 새 정부에서 좌초될 상황에 놓였다. 이익단체의 극심한 반대로 도입이 무산된 원격의료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대한약사회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데다 정부입법으로 화상투약기 도입을 추진한 보건복지부조차 여론 흐름을 살피며 한발 물러서고 있어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화상투약기 설치와 운영을 명시한 약사법 개정안 논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응급실에 갈 여력이 없는 환자들이 심야에 약을 쉽게 사도록 돕는 취지로 지난해 5월 대통령 주재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의결된 화상투약기가 이같은 이유로 국회에서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관계자는 "화상투약기는 규제를 풀어도 국민안전에 논란이 적은 분야로 선택돼 제도 도입을 확정했다"면서도 "국회에서 화상투약기 도입을 논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입법이라고 해도 먼저 나설 수 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이어 "약사단체 입장과 별개로 현재 여당 내부에서도 화상투약기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약국 밖에 설치하는 화상투약기는 환자가 영상장비로 약사와 화상통화 후에 약을 사도록 설계했다. 약사가 원격의료 약을 골라주는 시스템으로 환자에겐 선택권이 없어 일반자판기와 성격이 다르다. 의약품 오남용과 안정성 논란을 고려한 조치다.

화상투약기는 약이 잘못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사와 환자의 대화 내용을 6개월간 보관하고 근거가 남도록 카드로만 결제한다. 판매하는 의약품 종류도 소화제와 감기약, 파스 같은 일반약으로 제한했다.

이런 안전조치에도 약사회는 화상투약기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약사회는 "국민들이 약국에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는 게 우선"이라며 "화상투약기는 편의점 가정상비약 판매 확대와 함께 대표적인 의료영리화 정책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화상투약기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화상투약기 정책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여당의 반대가 워낙 거세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새정부가 출범했고 화상투약기 도입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법안을 논의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약사회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굳이 법을 바꿀 명분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역임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도 "화상투약기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가세했다.

화상투약기 개발자인 박인술 약사는 "정권과 무관하게 규제개혁 차원에서 도입을 확정했던 정책"이라며 "중국과 일본에선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제도 개혁이 빠르게 진행돼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이익단체 주장보다 국민 편의성과 요구를 봐달라"고 말했다.
sj@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